아르판 Arpan ㅣ K-픽션 2
박형서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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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그 뜨겁던 청춘의 시간을 자극이라곤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오지의 적막 속에서 보냈단 말인가. 어쩌면 그건 거꾸로, 내가 그즈음 막 작가로 데뷔하여 과도한 열정에 휩싸였던 탓일지 모르겠다. 남과 다른 삶, 남과 다른 생활이 바로 예술가의 임무기 때문이다. 설령 그 길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걸어가는 반대쪽이라 할지라도, 초월에 대한 갈망은 주저 없이 직진의 발걸음을 내딛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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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만인의 것이 될 수 없다. 예술에 필요한 감각은 태어나거나 혹은 훈련되어야 하는데, 누구나 그럴 기회를 잡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청중들의 저열한 질문은 악의도 우월감도 아닌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굳이 화를 낼 필요까지는 없었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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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기교가 아니었다. 타인의 자유로운 영혼에 간섭할 고상한 메시지도 아니고, 미래를 포장하는 허황된 웅변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이야기 자체의 즐거움이었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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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서, <아르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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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 속 주인공은 막 소설가로 데뷔했을 때 태국과 미얀마의 어디 쯤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아르판'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온 글쓰기는 아르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흔들리게 된다.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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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아르판의 소설을 자신의 소설로 바꾸어 써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판을 한국에 초대하여 그에게 자신의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깜짝 놀라는 아르판을 향해 모방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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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게는 좀 충격적인 내용의 소설이었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늘 '표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읽은 수많은 책들의 어느 구절을 나도 모르게 쓸 수도 있기에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주인공은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 혹은 합리화 하기 위해 아르판을 세계작가전에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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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오히려 사람들이 모르는 그의 소설을 자기가 썼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 문화 전파 혹은 문화 확산이지 않겠냐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읽는 내내 좀 불편했지만, 주인공의 절박함이 이해되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표절 앞에서는 그 어떤 합리화도 옳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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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이야기와 탐나는 문체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는 것은 예술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너무 비겁하니까. 어쨌든 이 소설의 구성은 꽤 탄탄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 같다. 충격적인데 또 엄청 잔잔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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