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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7년 4월
평점 :
다만 살기 위해 죽을 자리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죽을 각오로 뛰어들 때만이 그것이 아주 가끔 살자리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가끔씩 기도 중에 나는 신에게 강경한 어조로 말해왔던 것이다. 더 이상은 싫어요, 더 이상은 못해요, 더 이상 내게 나쁘게 하시면 안 돼요. 당신은 정말 내게 그러면 안 돼요.
21%
자신의 본질과 이질적인 것은 상흔을 남긴다. 그리고 그 상흔으로 인해, 그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아픔의 힘으로 우리는 생의 모퉁이를 돌기도 한다.
22%
너 자신 외에 너에게 상처 입힐 사람은 아무도 없다.
22%
[월춘장구]
"희망을 버리니까 살았죠. 아이들이 태어났고 저 아이들을 위해서 살자, 일본에 돌아갈 꿈을 포기하자.... 아니 희망을 버린 것이 아니라 운명이 내 맘대로 내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돼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 거죠.....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
66%
"글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 선배가 그런 말 했거든."
68%
[맨발로 글목을 돌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오늘을 맡기는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어제를 놓아버리려고 애썼고 내일은 떠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삶의 미로를 헤매고 있다고 느낀 후부터 훌륭한 분들의 글을 찾아 밑줄을 그으며 읽었는데 그분들이 그랬습니다. 결국은 지금, 결국은 여기, 그게 전부라고.
73%
[후기, 혹은 구름 저 너머]
공지영,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中
+)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어떤 갈래의 글보다 차라리 소설을 읽자고, 그럼 누구 소설을 읽을까 고민하다 작가 '공지영'을 선택했다. 이 책은 공지영이 소설쓰기를 멈춘지 13년만에 다시 소설들을 창작하며 엮어낸 단편 소설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아프고 진실하고 섬세한 문장이 읽고 싶었던 것 같다.
첫번째 단편 소설 [월춘장구]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저자의 자전적 소설일까. '이게 소설일까'라고 소설에 쓴 저자의 문장에 공감할 정도로 이게 소설일까 개인적 기록인 수필일까 싶은 단편소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소설을 읽으며 큰 위로를 받았다.
그건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며, 그 때 나 자신의 알 수 없는 혼란에 대한 토닥임이기도 했기에. 저자의 문장은 섬세하고 여린만큼 진실해서 독자에게 확 다가올 때가 있다. 어떤 갈래적 특성을 논하기보다 나는 그의 문체가 담고 있는 그 정서를 이해하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필력을 훌륭하다고 본다.
이 소설집을 다 읽고 나는 저자의 다음 책이 읽고 싶어졌다. 출판사에서 어떤 순서로 소설을 실었는지 이해가 되기에, 정말 딱 이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저자의 소설은 이후 어떤 모습일까. 시간을 내서 읽어보아야겠다. 아, 이상문학상을 받은 [맨발로 글목을 돌다] 역시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전적 경험이라 생각되기에 이 책 이후의 글들이 더 궁금한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