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대니 Danny K-픽션 7
윤이형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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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계가 아니다.

집이 비는 주말이면 나는 가게에서 소주를 사다 한 병씩 마시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린 다음에는 차라리 기계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란 건 웃기고 요망한 덩어리라 음식물처럼 혼자만의 시간도 주기적으로 넣어줘야 제대로 일을 하겠다고 우아를 떨어댔다. 평소에는 내가 그저 기름 약간 거죽 약간을 발라놓은 뼈 무더기 같다가도, 조용한 방에 앉아 컵에 따른 소주를 천천히 목으로 넘기고 있으면 그나마 사람이라는 더 높은 존재로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28%

해치지 않는다는 건 알겠는데.

네.

다른 사람의 감정도 조금은 읽을 줄 알아야지.

29%

아이 울음소리가 없는 그 짤막한 시간들은 아찔하게 달콤하고 두려웠다. 내가 평생 삶이란 것의 본질이라 믿어온 악다구니와 발버둥이 그 시간들에서는 도려낸 것처럼 빠져 있었다.

30%

말들은 장식이다. 혹은 허상이다. 기억은 사람을 살게 해주지만 대부분 홀로그램에 가깝다. 대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주어진 끝을 받아들였다. 나는 일흔두 살이고, 그를 사랑했고, 죽였다. 아무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희미하게 사라져가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나는 여전히 살아 그것을 견딘다.

33%

윤이형, <대니> 中

+) 육아 도우미가 로봇이라면 어떨까? 이 소설에는 육아 도우미 역할을 하는 로봇 청년 '대니'가 등장한다. 또 올드타운에 살면서 딸의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도 산다. 대니가 로봇인줄 모르고 시작된 둘의 만남, 대니가 로봇인 줄 알면서도 순간순간 인간처럼 착각이 되는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로봇 대니가 할머니와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에 다른 사람에게 돈을 요구하는 협박까지 생각하는 장면 등이 소설에 등장한다.

누구에게나 힘든 육아의 모습을 통해 할머니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고, 그 부분에서 대니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람 같은 로봇은 할머니를 할머니로 보지 않고 자기와 같은 일을 하는 평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친구처럼 의지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대니가 로봇이라는 점은 잠시 잊게 된다.

그저 같이 있고 싶다는 로봇 대니의 마음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순수함으로 존재하고, 오히려 그 순수함에 불법적이고 타산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소설속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할머니와 로봇 대니의 동등한 시선이 잘 부각되는 소설이었다. '평등'하다라는 말은 시대나 세대, 성별, 직업 등을 떠나 어디서든 맞춰갈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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