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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신경 쓸 거 없어. 타인을 자기를 비추는 거울로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일."
22% [성인식]
역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구가 자기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배려를 기대하는 쪽이 어리석다.
31%
"그 옷, 안 이쁘네."
그럼 그렇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사람 사고회로의 작동원리를. 엄마가 누군가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자신의 미의식을 고집하면서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고 싶어서이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33% [언젠가 왔던 길]
죄송합니다. 괜한 걸 물었군요. 어떤 결단을 내렸거나, 마음을 바꾸려고 할 때 이발소에 간다는 분이 의외로 많으셔서요. 오랜 세월 이 장사를 하다 보니 절감하게 되더군요. 인생의 전기에 머리를 깎는 건 여자의 전매특허가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라는 걸 말이죠.
41%
나이가 저보다 한참 어린데, 훈계를 듣는 쪽은 언제나 저였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날 가게에 온 성깔 더러운 손님의 험담을 늘어놓으면, 그걸 참는 값도 이발료에 들어 있는 거다, 나도 당신이 처음 가게에 왔을 때 그런 생각으로 참았다,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화가 나지 않으니 참 신기한 노릇이었죠.
45%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오기와라 히로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中
+) 이 책은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저자는 2016년에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그 작품을 비롯한 다른 단편 소설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적어도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대부분 가족을 잃거나,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큰 틀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는 가족과의 연결고리의 의미를 저자는 침착하게 제시한다. 죽음으로든, 외면으로든, 타자의 삶을 통해서든. 작가는 가족과의 소통에 의미를 둔 게 아닌가 싶다. 그것이 남아있는 사람들이 깨달아야 할 점이기도 하고, 떠난 사람들이 한번쯤 가족을 생각할 이유이기도 하다.
스토리가 명확한만큼 어조는 차분하고 단정하다. 인물들의 절제된 감정의 묘사선이 일관되게 나타나기에 관록이 있는 작가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