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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한국에서 담장이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을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학교와 교도소다. 둘 다 담을 넘으면 큰일 난다.
창문 크기를 빼고는 공간 구성상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학교 건축은 교도소 혹은 연병장과 막사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공간에서 12년 동안 생활한 아이들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에서 자라난 사람은 똑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을 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21%
과거에는 어느 것 하나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는 배경이 되는 식의 수직적 위계가 있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여러 개의 중심이 있는 수평적 구조가 특징이다.
29%
지금 도시에서 갯벌과 같은 골목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갯벌의 생태계처럼 오랫동안 사람의 생활이 만들어 낸 골목길을 유지하고 보존해야 한다.
그럼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가? 우리는 골목길의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 그 골목길의 모양이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졌으므로 그 모양이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41%
계단은 높은 곳을 가게 해 주는 장치인데, 건축에서 높은 곳은 권력을 더 가지는 공간이다.
이렇듯 건축에서 가장 확실하게 다른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는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이 있는 자리다. 그래서 우리는 권력을 더 가진 사람을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높은 곳이 권력의 자리라는 것은 면적과도 관련이 있다. 대체적으로 높은 곳은 좁다.
59%
우리는 우리의 도시를 더욱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웃 지역과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될 때 지역 간 경계는 모호해지고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78%
유현준, <어디서 살 것인가> 中
+) 이 책은 '어디서 살 것인가'보다,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의미있는 것인가'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건축과 인간의 사유 구조,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연결하여 건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드러낸 책이다. 놀라울 정도로 건축의 구조가 인간의 사유 구조나 욕망과 닮아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추구하는 건축의 구조를 보면서 저자가 그들의 사고 방식이나 가치관을 짐작해보는 구절에서는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신기했다. 종횡의 가치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가치관도 다르겠구나 싶었다. 또 학교와 교도소를 비교하며 획일화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현재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에 공감했다. 어쩌면 학교라는 건축 구조에서부터 지금의 우리 모습이 일부 생겨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저자는 건축을 우리 인간의 여러 모습과 연결지어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건축과 도시의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좀 무게감이 있는 주장들을 가볍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필력에 미소와 응원을 보낸다. 건축과 도시의 모습이 인간 삶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