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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자르기 Fired ㅣ K-픽션 13
장강명 지음, 테레사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10월
평점 :
- 그 아가씨도 처음 자기네 회사에 면접 볼 때에는 그런 태도가 아니었을걸? 성격이야 싹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근태는 나쁘지 않았을 거야. 그걸 자기가 망친 거지. 지각해도 아무 말 않고, 손님 접대를 안 해도 아무 지적도 안했지? 그러니까 애가 그렇게 된 거야. 사람들이 다 자기나 나 나 같지 않아. 어떤 사람들한테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동기를 부여해 주고 자세를 교정해 주고 질책을 해줘야 돼. 자기는 알량한 동정심 때문에 그걸 안 한 거지.
29%
회사라는 게 그래요. 조직에서는 합리적이라고 결정하는 게, 당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참 매정하죠. 나도 혜미씨랑 똑같은 처지에요. 이러고 일하다가 회사가 너 나가, 그러면 짐 싸야지.
31%
- 걔 불쌍하다고, 잘 봐주려고 했었잖아. 가난하고 머리가 나빠 보이니까 착하고 약한 피해자일거라고 생각하고 얕잡아 봤던 거지.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 걔도 알바를 열 몇 개나 했다며. 그 바닥에서 어떻게 싸우고 버텨야 하는지, 걔도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어떻게 보면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32%
-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이 돼 있던 거니?
32%
장강명, <알바생 자르기> 中
+) 이 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잘 드러내는 소설이다. 주인공 남편의 언급처럼 약하고 가난하니까 무조건 순진한 피해자일꺼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산이라는 점을 주인공에게 말해준다. 이 소설 속 '약자'로 등장하는 '혜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알바생이고, 그렇게 지내오며 자신이 어떤 자세로 회사라는 조직에서 생활해야 하는지 배운 여자다.
주인공은 그걸 모르고 그저 사회적 약자니 보호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것 같으니까
어리숙한 약자라고 생각한 혜미의 모습을 예상했으나 그와 달리 알바생은 꼼꼼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이 소설을 갑과 을의 전환된 관계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이해하기 보다, 우리가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 상대방의 지위와 성격까지 마음대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며 또 한번 소설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가볍지 않고 심지어 좀 불편하고 사실적인 이야기임에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전개로 다음 상황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