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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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한 적이 가끔 있기는 했다. 간절하게 원하는 마음에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대개 지나갔다.
24%

모든 결혼 생활에 단점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살다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 먹으면 그걸 피해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37%

가끔은 내 현재 위치가 어딘지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다.
39%

모든 열정은 어랜애 같다. 진부하고 순수하다. 후천적으로 터득하는 게 아니라 본능적인 것이기에 우리를 압도한다. 우리를 뒤집어 놓는다. 우리를 휩쓸고 간다. 다른 모든 감정은 이 땅의 소산이지만 열정은 우주에 거한다.
열정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게 우리에게 무엇을 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요구하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79%

모든 죽음은 부당하다. 상을 당한 사람들은 누구나 원망할 사람을 찾는다. 우리의 분노는 십중팔구 죽음에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잔인한 깨달음에 직면한다.
85%

프레드릭 배크만, <브릿마리 여기 있다> 中

+) 우연히 집어든 책인데 처음부터 당황스러운 캐릭터의 등장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성있는 대사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 책에는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브릿마리'가 등장한다. 하도 융통성이 없어서 사회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그 여자가, 작은 동네의 축구 매니아 아이들과 어울리며 자신도 모르는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환갑이 넘을 때까지 가정 주부로서 살아온 그녀는 사회생활을 전혀 못한다. 대충이나 불확실한 대답은 인정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본인이 대충 일하거나 약속하는 법이 없기에, 타인의 모든 말들에 그들이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용안내센터 여직원과의 계속 된 통화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책임감은 정말 강하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들은 어떤 '변화'라기 보다, 그녀 내면에 있는 모습들을 '발견'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브릿마리의 일생은 외롭고 또 외로웠을 것이다. 언니와의 관계에서 비교당하고, 남편의 외도 등을 견디면서 그녀는 많이 억압받은 채 살아왔을 것이다. 본인이 몰랐을 뿐. 결과적으로 '도저히 피할 수 없어서 축구를 사랑하고, 축구를 하는'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그녀는 자기 안의 본성을 찾게 된게 아닐까 싶다. 유머러스한 캐릭터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고, 감동적인 구절로 마음이 두둥,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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