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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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사인과 불꽃이 어슴푸레하게 물든 밤하늘이 펑펑하는 굉음과 함께 덮쳐와 천천히 자신을 짓누르고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리카는 얼른 고타의 손을 잡았다. 고타는 리카에게 손을 잡혔지만, 맞잡지는 않았다.
"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고타가 불쑥 말했다. 정말로 깍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빨려들 듯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P.298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은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인 가쿠다 미쓰요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작가이다. 2005년 <대안의 그녀>로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에게 "어느 하나 버릴 작품이 없는 작가" 라는 찬사를 받은 유명한 작가라고 하지만 말이다. 그나마 이 작품을 제외하면 일드로 나온 <8일째 매미> 하나는 알고 있다.(정말 제목만 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세상엔 수많은 작가들이 있고 대단한 작품들도 많으며 난 편협한 책읽기와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걸 느끼게 된다.


책 얘기를 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은 우메자와 리카라는 41세의 평범한 주부이다. 평범하다고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녀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냥 겉으론 그래 보일뿐이지 그녀의 속은 공허하며 어딘가가 고장나있다. 리카가 남편인 마사후미와 결혼한것도 그렇다. 너무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다기 보다는 결혼전 이름인 가키모토 리카가 자신의 일부가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버릴것 같다는 공포를 느끼고 청혼을 했을때 냉큼 승낙한 것이다.(난 도무지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안된다.) 그렇게 자신의 일부를 잘라버리려고 도망치듯 결혼해 일도 그만두고 한동안은 집안을 가꾸고 남편의 밥을 정성껏 차리며 지내지만 이내 공허함이 다시 밀려든다. 노력을 해도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는 생기지도 않았고 요리교실들을 다니면 바쁘게 지내보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가 벌어다 주는 돈'이라는걸 생색내는 남편때문에 문제의 은행에 계약직으로 취직하게 된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1990년대 일본 은행이기에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은행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은 고객들이 은행을 방문하지만 그때 일본 은행은 은행원들이 집을 방문해 상품을 팔고 고객이 현금을 주면 은행으로 가지고 와 입금하는 시스템이었다. 리카가 어느 고객의 집을 방문했을때 고타를 만나게 되고 또 우연히 다시 만나 술을 마시면서 남편과는 다른 감정을 고타에게서 느끼게 된다.


리카의 부정은 처음엔 작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20대 초반인 고타의 뽀송뽀송한 얼굴을 떠올리니 40대에 결혼한 아줌마인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이 없어졌고 화장품을 사러갔다 현금이 모자라 고객이 맡긴 돈을 사용한것이다. 물론 그 당시는 바로 채워넣긴 했지만 이때의 경험으로 두번째 고객의 거액의 돈을 쓰는건 쉬운 일이 되어버렸다. 남편과의 관계와는 달리 리카는 고타에게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옷도 예쁜 것을 사입고 에스테딕도 다닌다. 빚이 있는 고타의 빚을 다 갚아주고 둘이 자유롭게 만나기 위해 멘션을 빌리고 자동차를 사고 고타를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처음엔 자신이 갚을 수 있다고 리카는 생각했지만 점점 씀씀이가 커져가 더이상은 자신의 힘으로 갚을수없는 돈을 써버린다. 이것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고객의 돈에 손을 대고 또 손을 대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남의 돈을 펑펑 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책엔 리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리카를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는 3명의 사람이 나온다. 참 재미있는게 그들 모두 돈에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리카를 정의로운 소녀로 기억하는 여고 동창 유코는 그리 어렵게 사는 것도 아니면서 뷔페에 가면 준비해간 통에 음식을 싸올 정도로 짠순이에 억척스러운 여자다. 그리고 그녀의 절약은 가족 모두 동의한거라 생각했지만 딸이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며 위기를 맞는다. 리카를 정숙하고 고상한 여자로 기억하는 전남친 가즈키는 낭비벽 있는 아내 때문에 고생이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아내는 아이들에게 최고급만 해주길 원하고 그 요구를 다 해줄 수 없는 가즈키는 결국 이혼의 위기를 맞게 된다. 마지막으로 리카를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요리교실 친구 아키는 쇼핑중독으로 이혼당했다. 딸은 남편이 키우고 가끔 딸을 만나는데 딸은 아키를 엄마가 아닌 물주로 보고 있다.


리카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돈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살아가는 이 3명은 돈 때문에 위기를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리카는 어떨까? 그녀는 고타와 계속 행복했을까? 책의 첫 시작이 태국에서 도피중인 리카의 모습이 나오고 다른 이들의 대화에서 일본에 가지 않고 숨어서 사는 방법이 등장하니 이들의 미래에 해피엔딩이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진이 등장한지 얼마 안된 일본에선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매달고 사진을 찍는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사진을 남기는 것은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니 종이달은 바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내 행복한 시간을 의미한단다. 리카에겐 고타가 바로 그 종이달이었다. 남편과의 권태로움도 잊고 나 자신을 스스로도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공허함도 잊게 해주는 종이달 말이다. 하지만 종이달은 결국 가짜일뿐이다. 그것은 영원할 수 없으며 만족감을 채워 줄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리카와 고타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나는 리카의 그런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 공허함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고타에게서 채우려 했는지 말이다. 그러나 분명 어느 순간 나도 이런 종이달로 만족감을 채우려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의 나는 리카와 같은 바보같은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언젠가 또 리카를 만날 일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문도, 마시다 만 커피도 그대로 두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만약 리카를 만나는 일이 있다면,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물을까. 무엇을 손에 넣었는지 물을까. 아니면 그만큼 큰돈의 대가로 무엇을 놓을 수 있었는지 물을까.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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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착한 보험 레시피 70
박용제.최은식.김병민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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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서 늘 모르겠고 아리송한 것들 투성이지만 아무리 들어도 이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보험'이다. 간단하게 갱신형과 비갱신형은 알고 있지만 도대체 어떤 것이 좋은 보험이고, 어떤 보험을 꼭 가입해야하는지,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보험들은 제대로 들고 있는 것이 맞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착한 보험 레시피 70'은 바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2015년 9월에 나온 책이니 나름 따끈따끈한 정보를 담은 책이고(신상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동저자인 박용제, 최은식, 김병민 이 분들은 업계에 10년 이상 몸 담고 있으면서 관련 교육도 하시는 분들이라고 하니 약간의 믿음이 생긴다. 일단 책을 보고 나면 더 큰 믿음이 생기지만 말이다.


책은 총 10개의 파트와 그 안에 70개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제목처럼 정말 보험 레시피 70인 것이다.  소소하게 착한보험사와 보험설계사를 찾는 법부터 시작해서 연령별로 가입하면 좋은 보험, 사망보험이나 실손의료비보험, 생활보험, 노후보장보험들까지 각 각 뜻하는게 무엇인지 해택은 어떤지를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남들은 잘 설명해주지 않는 주의할 점들까지 다 알려준다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중대한', '주요한', '치명적' 이라는 말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대한, 주요한, 치명적인 것들은 보험회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니 말이다.


그리고 가입해두면 좋은 보험들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실손의료비보험, 암보험, 사망보험, 소득보장보험, 간병보험들이고 단기저축을 목적으로 한 변액유니버셜이나 변액 연금보험, 사망담보 위주의 종신보험, 싸다는 이유로 가입한 상해 및 질병보험들은 버려도 좋은 보험이라 한다. 단기저축을 목적으로 한 변액연금보험은 확실히 버려야하고 싸서 가입한 상해 및 질병보험들은 중복 보장을 받을 수 없으니 증권들을 다시 살펴보고 해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왜 이 보험들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저 보험들을 버려야 하는지, 왜 이런것들을 주의해야하는지는 이야기하자면 너무 이야기가 길고 복잡해 다 말을 못하겠다. 분명한 것은 내가 가진 보험이 어떤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운용을 해야하는지 관심은 있지만 잘 모르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맞는 책이라는 것이다. 나도 내가 가입한 보험을 잘 알고 더 잘 가입하려고 읽은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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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울 속에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헬렌 맥클로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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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또 자기 손발을 보면서 나는 나다. 나는 포스티나 크레일이고 다른 누구도 아니다하고 확인하는 건가? 그렇지만 아무리 나는 나라고 생각하려 애써도, 마음속 한구석에선 그게 꼭 사실은 아니란 생각이 자꾸만 들거든요. 난 지금 여기서만 포스티나 크레일이고 언제든 다른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랄까요. 삶이 이렇게 꿈만 같은 건 그 때문이겠죠.자기가 비현실적 존재라는 자각 때문에요……. -P.176

 

<어두운 거울 속에>는 헬렌 매클로이라는 1904년생 미국 작가의 작품이다. 본격 미스터리에서 심리 서스펜스로 작풍이 바뀌는 중기에 해당하는 작품이 바로 이 <어두운 거울 속에>라고 하는데 미국 작가의 추리소설을, 그것도 옛날 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않아 일단은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다. 1950년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추리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1954년에 신문에 연재하던 서평이 높이 평가되어 추리작가협회 평론상도 받으신 분이란다. 특히나 <어두운 거울 속에>는 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의 단편 미스터리 콘테스트에서 차석을 차지한 글이란다.

 

옛날분이 쓴 글이라서 시대 배경 자체도 옛날이다. 정확한 년도는 나오지 않지만 주요 인물들이 1920년대 생들이 진짜 옛날이야기다. 또 유명한 사립 기숙사형 여학교가 배경이다. 뭔가 고립된 기숙사 여학교가 배경이라고 하니 뭔가 살인이 일어나기엔 딱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뭔가 묘하다.

 

책은 포스티나 크레일이라는 미술 교사가 여학교 브리어턴에서 해고되면서 시작된다. 교감은 왜 해고하는지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5주만 일을 한 포스티나에게 6개월 치의 봉급을 주면서까지 내보낸다. 그리고 포스티나는 그나마 학교 안에서 마음을 주고 말을 했던 기젤라에게 이런 상황을 얘기한다. 알고 보니 이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는데 그게 바로 포스티나에 관한 소문이었다. 허약하고 심신이 미약한 여성인지라 뭔가 나쁜 소문이 돌 것이 없었는데 포스티나가 홍길동도 아니고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자꾸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기젤라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정신과 의사인 배질 윌링은 포스티나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고 이야기는 그냥 포스티나가 옛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그녀의 생령이 돌아다는 것으로 몰아간다.

 

그러다 평소 포스티나를 괴롭히던 앨리스가 학교 파티 중 죽은 채로 발견이 되고 목격자가 포스티나가 앨리스를 밀었다고 진술을 한다. 그 시간 포스티나는 뉴욕의 한 호텔에서 기젤라와 전화통화 중이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사건은 자살이나 사고인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간다. 생령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날 밤 기젤라는 충동적으로 포스티나를 만나러 그녀의 별장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죽어있는 포스티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그 전부터도 독자들은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인데 정말 범인이 포스티나의 생령일까 하고 말이다. 포스티나가 죽은 채 발견이 되는 장면은 소설이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 시점이라 왠지 포스티나 외에 주요 용의자도 없이 끝날 것만 같고 말이다. 하지만 범인은 따로 있으며 반전도 있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약간의 힌트를 더하자면 포스티나의 출생의 비밀을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

 

이렇게 옛날에 쓰여진 추리소설도 읽어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긴 하다. 뭔가 확실히 범인이 밝혀지고 그동안의 악행이 처벌받는 사이다 같은 맛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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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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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분을 가니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과연 어느 쪽이 본래 길이고 어느 쪽이 샛길인지 그 방향에서는 순간적으로는 판단을 하기 어려운 갈림길이었다.

그날 이곳에서 우리들의 운명은 이 길과 마찬가지로 두 방향으로 분기해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 중 적어도 몇 명쯤은 여기서 그것을 잘못 골라 버렸다.그 생각은 불손한 것일까P.612

    

 

일본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다마는 이렇게 유명한 책을 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할 때면 아직 멀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을 쓴 아야츠지 유키토는 <관 시리즈>로 엄청 유명하다는데 그 시리즈들을 읽어보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거기다 1987년에 <십각관의 살인>으로 데뷔를 한 작가이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은 정말 아직까지 제대로 책읽기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과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눈보라가 치는 어느 겨울날, 고립된 한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소설이다. ‘암색텐트라는 극단의 사람들은 여행을 왔다가 타고 가던 버스가 고장이 나 외딴 고개에 멈춰 버리고 만다. 버스를 수리하기엔 시간이 너무 걸려 결국 걸어서 시내로 가기로 결정을 하지만 출발할 당시 화창했던 날씨는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고 마침 눈에 보이는 저택에 가게 된다. 그 곳에는 눈보라를 피해 온 의사 닌도가 머무르고 있었고 주인의 허락을 받아 눈보라가 그칠 때까지 그 곳에 머무르게 된다.

    

 

저택은 참 기묘한 곳이었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는 외딴곳에 호수와 정원, 온실까지 있는 거대한 저택이었고 집안엔 귀한 물건도 잔뜩 있었다. 주인은 얼굴도 보이지 않고 저택 안에 일하는 사람들은 무뚝뚝했다. 더욱더 그 저택을 기묘하게 만드는 것은 뜻하지 않은 일로 저택을 찾은 사람들의 이름을 뜻하는 물건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냥 사람들이 느끼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자꾸 보니 해석을 그런 식으로 하게 만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색텐트 단원 중 주인공인 작가 린도는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을 뜻하는 물건이 파손이 되면 그 사람도 살해 당한채로 발견이 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우연히 들은 오르골 속의 []라는 동요의 가사 대로 말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일단 저택 자체가 크다보니 사람들이 온실이며 정원, 도서관, 예배당 등의 여러 장소를 다니고 각자 살해당하는 장소와 이름을 뜻하는 물건이 있는 장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등장인물의 이름이었다. 암색텐트 단원들은 연출가인 야리나카 아키사야를 제외하면 모두 가명을 가지고 있고 이 이름이 바로 범인을 찾아내는데 결정적은 단서를 주기 때문이다. 책의 맨 앞엔 저택의 평면도와 등장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너무 자주 앞으로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차라리 종이에 이름이라도 적어두고 계속 보면서 읽는 것이 편했다.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함께 추리를 하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일단 악천후로 인해 범인과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 장소에 있는데다가 화자의 눈으로 보는 곳에 화자도 놓치고 있는 단서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고 나는 추리엔 소질이 없나보다고 좌절했지만 말이다. 작가는 사회파 추리소설이 지나치게 진지하고 사회 문제에만 매몰되어 매력적인 명탐정과 상상을 초월한 트릭과 반전이 펼쳐지는 본격 추리소설의 진정한 재미와 매력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본격 추리소설의 맛을 간직하면서도 참신한 재해석을 가미한 신본격추리소설을 제창했다고 한다. 사회파 추리소설은 실제 이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들을 그려내 뭔가 독자들을 하여금 울컥하게 만든다면 신본격 추리소설은 단순하게 추리 그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사회파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추리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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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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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아슬아슬한 순간에 소노코 씨는 깨달은 거지요. 이런 짓은 자신의 가치를 깍아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가가는 발치에 떨어져 있던 편지 조각을 주웠다. “여기에 적혀 있어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너희의 행복을 망가뜨린다 한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을 거야, 그 뒤에 남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존심도 버린 비참한 빈껍데기뿐이겠지-, 라고. 이즈미 씨가 지금 그 스위치를 누른다면 그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일이에요. 그래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P.344

    

 

워낙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띄엄띄엄 읽는 편이고 발간된 순서 상관없이 막 읽는 편이라 그런지 그 유명한 가가형사 시리즈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캐릭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례적으로 20년 넘게 애정을 쏟으며 성장시킨 캐릭터가 바로 가가 교이치로라고 한다. 이 가가 형사 시리즈는 [졸업],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악의], [붉은 손가락] 등 여러 시리즈들이 있는데 내가 읽은 책은 이제야 읽은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이고 [붉은 손가락]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제목에서부터 둘 중 누군가 소노코를 죽였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약간은 소심한 듯 보이는 소노코는 그림을 그리던 준이치라는 남자를 만나고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냥 그림 그리던 알바 하는 청년인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꽤나 큰 출판사를 운영회하는 사장님 아들이었다. 자신의 부모님에게도 소개를 시켜주고 왠지 결혼까지 하는 분위기가 흘렀다. 소노코는 제일 친한 친구인 가요코에서 준이치를 소개시켜주는데 이것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둘이 바람이 나서 소노코가 준이치에게 차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차이고 끝날 일이었는데 소노코는 죽은 채로 오빠 야스마사에게 발견이 되고 경찰이었던 오빠는 자신의 여동생을 살해한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소노코가 살해당했다는 증거를 모두 감추고 경찰에겐 자살로 꾸며두고 말이다. 도쿄의 다른 형사들은 소노코를 자살한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가가 형사만이 뭔가 의문을 가지고 열심히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책은 가가 형사의 시점이 아닌 소노코의 오빠 야스마사의 시점에서 쓰여 져서 가족이 살해당하고 남은 사람의 심정을 독자로 하여금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또 제목부터 준이치와 가요코 둘 중 누가 소노코를 죽였는가를 주의하며 읽게 만들어주는데 그것 때문에라도 책을 읽을 때 몰입감이 좋다. 읽으면서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가가 형사와 야스마사의 대결이다. 둘이 대놓고 대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스마사는 열심히 증거들을 감추고 명백하게 드러난 증거를 토대로 범인을 알아나가는데 이런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야스마사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곳에서 가가 형사가 증거들을 찾고 웃으며 야스마사를 압박하는데 거기에 재미가 있는 것이다.

    

 

둘 중 누가 소노코를 죽였는지는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는 가가 형사의 시리즈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특히나 가가 형사가 처음으로 자신의 재능을 알게 되는 [청춘]이나 [악의], 엄청나게 유명한 [붉은 손가락][신참자]는 필수로 읽어야겠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별로 좋아하는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읽은 책들 리스트들을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이 굉장히 많은 편이다. 이 참에 작정하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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