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들에게 늘 "나는 아이들에게 브라우니를 구워주는 할머니가 될거야" 라고 하곤 했다. 대학생때부터 이 이야기를 했으니 꽤 오래되었는데, 나는 미국에 나오기 전까지 베이킹을 해본 적이 없으므로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에는 이런저런 엉뚱한 미래계획들을 많이 하던 때고, 나는 브라우니를 좋아했었으니 나올 법한 발상인 것 같기는 하다.


몇 년 전에는 유투브에서 박막례 할머니를 보면서, 노년기에 접어들어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어쩐지 우리 엄마를 생각하며 우리 엄마도 점점 스스로 노년기에 접어들었고 할머니라고 생각할까, 에 대해서 고민하곤 했다.


여행기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한 여행기 (이 경우 '가이드북'이 더 맞는 표현일까?) 와 여행지에서 했던 생각들을 전하는 여행기가 있다. 나는 주로 다른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서 여행기를 읽곤 한다.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는 여행기와 생활기가 함께 있는데, 책을 읽으며 나는 어쩐지 더 많이 엄마를 생각했다. 우리 엄마도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난 후에야 해외여행에 재미를 붙이셨다. 유럽도 벌써 두어 번 다녀오신 것 같고, 동남아나 중국도 기회가 닿는대로 친구들이나 이모랑 같이 다녀오시는 것 같다. 나는 엄마랑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아직 없다. 엄마는 여행지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나랑 같은 것을 보고 먹더라도 아마 엄청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엄마랑은 나중에 같이 일본온천여행과 뉴욕 여행을 가고 싶다. 어쩐지 여행지가 아주 구체적인 것은 그러려니 하자.


작가님은 본문에서 꽤 자주 노년과 죽음 따위를 언급했다. 그러나 더 자주,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용감하게 새로운 곳으로 자유여행을 떠난다. 하고 싶은 것들이 주르륵 나오는 순간은,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젊음이 넘치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내 나이 치고는 자주 죽음과 마지막을 떠올린다. 어린이의 성장과정 중 '죽음' 이라는 개념을 배우고 두려워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나는 나에게 그 시기가 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 당시에 나는 <폼페이 유물전>을 구경하고 왔기 때문에 더 무서웠다. 화산도 아닌 우리집 뒷산이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우리를 배신하고) 밤 사이 갑자기 화산폭발을 일으키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했고, 가끔 주무시는 부모님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부모님이 살아있는 지 확인하곤 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자주 죽음과 마지막을 떠울린다.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 아마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너무 이른 시기에 그것들을 맞이하게 될까봐 늘 두렵다. 나이가 좀더 들면 그것들을 떠올리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될까.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든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전에 자주 갔던 곳이라도 시간이 좀 흐른 후에 가면 또 다른 것이 보이고 다른 기분이 든다. 우리 엄마도 여행다니면서 좋은 것을 많이 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오면 좋겠다. 가끔 나한테도 나누어주면 좋겠다. 코로나 시국에서 엄마는 여행을 못가서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제주도로 두어번 마실 다녀온 것 같던데. 내가 살아내는 데에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엄마의 여행 이야기를 많이 못들어주어 아쉽다. 남의 여행 이야기는 즐겁게 읽으면서.


****

책은 정말 재미있다. <유골이면 운송비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쿨함이나, 본인의 무지함에서 온 실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서술하는 장면을 읽을 때면 누구나 이 할머니의 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포장하지 않고 본인이 본 것, 행동했던 것, 느꼈던 것을 경쾌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이 연륜일까. 나도 나중엔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김원희 지음

 달

 2020.08. 

‘해외 자유 여행‘ 이란 멋스러운 단어가 주는 풍족함 이상으로, 내가 그 어려운 행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 그렇게 그리스란 나라에 와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그 행위 자체가 더 만족스러운 것이다.

내 블로그 이름은 ‘할매는 항상 부재중‘ 이다.

‘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중‘, ‘할매는 일본 여행으로 부재중‘, ‘할매는 러시아 여행으로 부재중‘ 등으로 나는 지금 집에 없음을 알리는 문패를 내걸었다.

언젠가 마지막 그 시간이 왔음을 직감하는 날, 나는 ‘할매는 천국으로 여행중‘ 문패를 내걸 것이다. 그럼 내 아이들이 많이 슬퍼하지 않을 것 같다. 엄마는 여전히 멋진 곳을 여행중이구나, 할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아침의 무력감과 우울감이 싹 가셨다. 꿈이 있으면 그 두근거림만으로도 인생은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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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선배가 페이스북에 인용해둔 몇 줄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구매해서 읽었다. 나는 장르문학에는 영 취미가 안 생겨서 작가 심너울님이 쓴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보겠지.


나는 여러 모로 각종 마감과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었다. 집에서 혼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이고 혼자서 일하다보니 미칠지경이 된다거나. 이런 상황에는 내 머릿속 회로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면서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뒤틀어지곤 한다. 그럴 때면 타인과의 교류가 내 머릿속 회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원래대로 고쳐주곤 한다.


어쨌든 혼자 있으면 서서히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전염병 시국에 비슷한 경험을 했을거고, 그러니까 교도소에서도 독방형이 있는 것 같다. 처음으로 독방형을 고안해낸 사람은 스스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걸 형벌로 만든걸까?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고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문화를 묘사한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지금까지는 판데믹이 만들어낸 생활 루틴 때문에 가능한 밖에 안나가고 교류도 가능한 하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그리고 새로운 지역으로의 전입과 함께한 그 사이클을 깨기가 너무 어려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앞으로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

 심너울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1. 06. (ebook) 


가능하면 겸손하고 싶지만, 나는 확실하게 비범한 재능이 있다. 머릿속에 든 작은 불안의 씨앗을 소중하게 가꾸어 장대한 아름드리 불안의 나무로 키워내는 것. 가장 철저하고 효율적으로 멸망하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 그에 대해서만큼은 전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달하는 훌륭한 재능이 있다고 자신한다.

왜 이렇게 첫 문장을 쓰는 것이 힘든가? 그 이유는 첫 문장을 쓰는 순간이 글을 쓸 때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들지 않으려고 한다. 또 지나치게 파국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이, 동료들이, 협업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괜찮다고 하면 그 말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지나치게 별로인데 나와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좋게 말을 해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물리치고자 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할 때는 시야가 너무 좁았다. 물질적으로 지나치게 부족하니까 괴롭고, 괴로우니까 생각을 폭넓게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서 온갖 저울질을 하느라 인지적 자원을 소모할 일이 없다는 게 중요하다.

여전히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승 욕구가 크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프리랜서인 것만 해도 갑갑해지는데 수익 모델이 글 쓰고 팔아서 돈 버는 거라니, 담담한 사실 묘사만으로도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

모든 인간에게 결점이 있지만, 그 결점을 어떻게든 보이지 않게 숨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결코 단순한 위선이 아님을, 그것이 우리 사람들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앞으로 추진시키는 힘인 것을. 그 자명한 사실을 모를 정도로 나는 무지했다.

나는 서울에서 받은 게 상처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울에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있었고, 서울에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있었다.

사람과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 그 자체가 마법이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사람을 못 만나고 있었다. 중간중간 줌으로 몇 번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매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하기는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누군가와 대면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타인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를 가깝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지레짐작과 거절당하는 데 대한 극심한 공포. 이것이 발전하여 사람들과의 더 나은 관계를 갈구하면서도 정작 진짜 관계에서는 항상 철수하던 나의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불합리함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당시에 나는 작가로 막 데뷔하고 책을 한 권 냈다. 그런데 삼촌이 "그게 돈이 되니?" 라고 물어보았다. 그에 대한 객관적인 답은 당시나 지금이나 "그럴리가요 (아련한 웃음)" 이긴 한데,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종이에 손을 베인 느낌과 비슷했다. 어쩌면 나만 기억하는 일이고 나만 갈등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잘 쓴다고 현자 취급을 받는 건 아닌데 못 쓰면 확실하게 욕을 들어먹을 수 있었다. 에세이도 칼럼보다 분량이 좀 더 자유로울 뿐 매한가지 아니겠나. 나는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어떤 실수를 했을지 몰라 덜덜 떨고있다. 인도네시아로 도망치는 꿈, 마감을 주구장창 미루는 꿈, 내 책이 진열된 서점에 불을 지르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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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읽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어렸을 때 내 동생을 임신한 엄마를 본 게 충격적이었는지, 원래 임신한 사람을 보는 것은 충격적인 일인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적 나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임신을 한다는 것도, 내가 언젠가 임신을 할수도 있다는 것도. 


엄마는 애들을 낳아서 키운 일이 잘한 일이었고 다시 옛날로 돌아가도 다시 낳아서 키울 거라고 망설임없이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어른이'라서 그런지, 조금 많이 무섭다. 어떻게 사람이 몸안에 작은 사람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막연히 생각해보면, 나랑 닮은 존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는 게 꽤 멋진 슈퍼파워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매달 생리하는 것도 너무나 원초적인 느낌이 드는데 출산하는 것은 얼마나 더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느낌이 들지 도저히 감이 안 잡히기도 하고. 


사람 몸 안에 작은 사람이 생기고 커가는 과정인데, 본체에 변화가 없을 리가 없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도 미디어에서도 임신과 출산은 아름다운 것 이라고 포장해댄다. 실제로 임산부들과 엄마들은 아름다운 것 취급 받기보다는 실질적인 배려와 인식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데도.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는 본인의 임신기간과 육아기간에 들었던 의문들을 타개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고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책으로 냈다 (매우 칭찬해!). 논문들을 찾아가며 공부했다는데 대단하다. 각 장에 나오는 주제들 모두 주옥같다. 




나는 읽는 내내 내가 임신하면 매일같이 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지음

 휴머니스트

 2019. 10.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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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역에 몇 주 이상 머물게 되면, 그 곳을 좋아하게 되어버린다. 처음에는 싫은 점들만 눈에 띄어서 거슬릴 때도 있지만, 장기로 머물던 지역에서 이사하게 되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첫인상이 어떻던 간에, <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어떤 작은 구석이 생긴다. 특정 시간의 특정 위치에 비치는 햇살이 좋았던 적도 많았다. 


여행이란 무엇일까? 새로운 것들을 눈에 잔뜩 넣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먹을 거리와 마실 거리를 시도해보는 그런 것들일까. 평소라면 할 수 없었던 일을 여행이라는 이유로 무모하게 해보는 것. 그런것들일까. 



****



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2011년에 다녀온 싱가폴 여행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에 학회 도우미를 하다가 알게 된 싱가폴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놀러가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늘 이야기했다. 여름 인턴을 하게 되어있던 여름 방학에, 인턴 일정이 시작하기 전 싼 값에 올라온 비행기표를 충동적으로 사서 싱가폴로 향했다. 어디선가 듣자하니, 싱가폴은 여름에 쇼핑하기 좋은 기간이 있는데, 그 직전이어서 비행기표가 쌌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쇼핑엔 관심이 없으니 일단 비행기표가 싼 것이 중요하지. 그렇게 멀지도 않은 나라지만, 싼 비행기여서 그랬는지 베트남을 경유해서 가는 비행기편이었다.


애초에 계획에 없던 여행이라, 유용할 수 있는 자금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대학생이었고). 그래서 숙소는 백패커스를 예약했고, 음식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주로 이용했다. 습기가 많은 나라였지만 더워서 하루종일 물을 많이 먹어야 했는데, 현지인들이 가는 마트가 아닌 곳에서는 물 값이 많이 비쌌으므로 매일 배낭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들고 다녔다. 보통은 그 걸 다 마시고, 가뭄에 콩 나듯 음수대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병에 물을 더 채워서 마셨다. 싱가폴에는 비싸고 화려한 휴가를 보내러 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렇게 대학생패치해서 싸게 다닐 수도 있다. (ㅋㅋㅋ) 


내가 여행지에 가면 가능한 꼭 가는 곳들이 있는데, 보태닉 가든이나 식물원, 동물원 혹은 아쿠아리움이다. 싱가폴에서는 보태닉 가든하고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갔다. 아쿠아리움은 귀여운 물고기들을 본 것 외에는 특별히 기억나지 않지만, 보태닉 가든과 동물원은 근사했다. 보태닉가든에 들어가자마자, "아 이곳은 열대의 축복을 받은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 종이 아주 다양하고 전체적으로 잘 꾸며져 있는 곳이었다. 특히 거대한 양치식물이 가득한 양치식물 구간이 좋았다. 거대한 고사리같은 양치식물 사이를 걷다보면 마치 물약을 먹고 잔뜩 작아진 앨리스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물원은 사실 내 주머니 사정상 부담없이 갈 수 있었던 곳은 아니었지만, 멀리 왔으니까, 하는 마음에 큰맘먹고 입장해서 저녁 때 하는 나이트사파리 시간까지 놀다가 사파리 열차를 탔다. 동물원에서는 작은 원숭이들이 (마치 미국에서 청설모들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나무를 왔다갔다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무슨 동물을 봤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나이트 사파리는 뉴질랜드의 키위새 공원과 함께 여행지에서의 동물 관련한 경험 중 최고를 다투는 경험이었다. 대부분의 야생동물은 야간에 더 활발히 움직이므로, 저녁시간에 동물들이 사는 넓은 지역을 지나는 꼬마기차같은 것을 타고 지나가며 동물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당시에도 지금도 크게 신경은 쓰지 않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2인 이상으로 구성된 무리로 사람들이 왔던 것 같다. 나는 혼자 앉아서 씩씩하게 왼쪽 오른쪽 열심히 구경했다. 


나중에 금전적으로 조금 더 여유로울 때 싱가폴에 가게 되면 센토사 섬이나 근처 화려한 호텔에 주로 머물게 될까? 그래도 버스를 타고 싱가폴 섬을 빙 돌았을 때 어쩐지 즐거웠는데. 그리고 나서 버스에서 내려서 아무렇게나 들어간 식당에서 볶음밥을 먹었던 것도. 싱가폴 사람들이 대부분 영어를 쓰기는 하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역에 들어가면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꽤 있었던 것도 내 예상을 깨는 부분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나와 걷다가 지붕위에 힌두교 신들로 추정되는 조각상들이 수없이 조각되어있는 힌두교 사원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누군가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조각상들이 바글바글 올라가있는 지붕이 좋아서, 그 이후에도 지금껏 가끔씩 생각한다. 신들이 바글바글. 바글바글한 신들과 함께 자란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많이 다르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



****



여행기를 읽는동안 한동안 잊고 있었던 낭만같은 것들이 새삼 생각났다. 돌이켜보면 학부때까지만 해도 별 일없어도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놀 때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하지 않고 여유롭게 놀았는데. 대학원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스스로를 옭죈 것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그러고 있고 앞으로도 아마도 그렇겠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작은 낭만 한 조각 품고 살고싶다.


아참. 쓰다보니 글은 온통 싱가폴 얘기지만, 맨 위 사진은 2015년 뉴욕에 갔을 때 (나도) 걸어서 건넜던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찍었다. 뉴욕 여행도 친구들 만나긴 했지만 일정의 절반 쯤은 혼자 씩씩하게 돌아다녔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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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생사에 운이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운'에 관한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종종 '운칠기삼'이라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 '운'이 구 할까지도 (혹은 그 이상도!) 관여하지 않을까? 


모든 책을 샅샅히 읽어보면 좋겠지만, 내 생업도 바쁘고 하니 최근에 나온 세 권 정도로 추려보았다. 


  • 『세렌디피티 코드』크리스티안 부슈 지음, 서명진 옮김, 비즈니스북스 (독후감)
  • 『운의 알고리즘』 정회도 지음, 소울소사이어티 (독후감)
  • 『운을 부르는 습관』게이 헨드릭스, 캐럴 클라인 지음, 김은경 옮김, 중앙북스 (독후감)

책을 고를 때, 1) 가능한 다양한 각도에서 '운'에 대해 논하는 책을 고르려고 애썼고, 2) 가능한 다양한 문화권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을 고르려고 애썼다. 

『세렌디피티 코드』는 세 권의 책 중에 단연 가장 현학적이다. 학문적인 접근을 하려고 했고, 원인과 현상에 대해 파고들려는 노력이 보인다. 저자는 유럽사람이고, 현재는 런던에 거주하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운의 알고리즘』은 우리나라 저자가 쓴 것이라 그런지, 세 권 중 문화적으로 가장 공감이 되는 책이었다. 사례 중심으로, 저자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인이고, 타로 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운을 부르는 습관』은 상당히 미국적이다.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액션 플랜들이 많이 제시되어있다. 저자들은 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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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운을 부르는 습관- 돈과 행운, 사람을 끌어당기는 8가지 비밀
게이 헨드릭스.캐럴 클라인 지음, 김은경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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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렌디피티 코드- 부와 성공 뒤에 숨겨진 행운의 과학
크리스티안 부슈 지음, 서명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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