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가출
노나미 아사 지음, 박승애 옮김 / 뮤진트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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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 책은 총 열두 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단편집입니다. 자극적인 제목을 하고 있지만 중년의 여성들이 집을 떠나는 여행을 통해 겪은 일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겹치는 장소없이 일본의 열두 지역을 소개하는 목적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여행서나 설명서가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설명을 덧붙이는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표제작인 '엄마의 가출'을 비롯해서 각각의 단편들은 겹치는 이야기 없이 다양한 소재로 접근하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에 도입할 때마다 색다르고 그렇게 길지 않은 단편들로 이루어져있어서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짧아서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특징도 있지요.

만약 이 소설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이 단순히 제목만을 보고 골라야했다면 절대 잡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불륜이라던가 자기 성찰류의 좀 무거운 소설이 아닐까란 추측을 하기 쉬웠을 것 같거든요.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있고 쉽고 가벼운 소재들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읽은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긴 하지만요.

저는 저자 '노나미 아사'의 다른 소설을 통해 그녀의 필력을 알게되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역시 차분하고 정교하게 써내려가는 솜씨는 이 책에서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와 비슷한 연배의 주인공들을 설정했기 때문인지 굉장히 설득력있는 감정 표현들이기도 했습니다.

아키타, 구마모토, 홋카이도, 오사카, 니가타, 야마나시, 오카야마, 후쿠시마, 야마구치, 후쿠이, 미에, 고치라는 지역들이 배경이 되어 각각의 이야기들이 진행됩니다. 월간 <<미세스>>에 일 년간 연재되었던 단편들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 속 지역의 분포도를 보면 작정하고 지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균일한 거리들입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그리기 위해 시어머니의 고향으로 발길을 옮긴 며느리, 남편의 독설로 괴로워 고향에 왔다가 친구를 만나게됐는데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독설로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 남편과 바람피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 바람피는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간 이야기, 예전에 아이를 잃었던 한 엄마가 우연히 아이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을 만나는 이야기, 

가출한 엄마를 찾아 낯선 마을로 가는 딸의 이야기, 도자기 장인에게 미쳐 수많은 도자기를 구입한 아줌마의 이야기, 남편의 사업실패로 언니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 동생의 이야기, 남편의 외도를 옛 남자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며 이메일 친구를 하다가 만나러 가게 된 이야기, 가출을 한 수험생 아들을 찾으러 낯선 곳에 간 엄마의 이야기, 어린 나이에 결혼해 시어머니에게 구박받고 남편도 도와주지 않아 쫓겨난 한 여자가 딸을 만나러 온 이야기, 엄마의 묘지를 옮기러 고향에 돌아왔다가 친구를 만나는 이야기.

이렇게 열두 명의 아줌마가 각각 다른 열두 장소로,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들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단순히 사실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중년의 아줌마로 살아가는 것, 남편이나 자식과의 관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리게는 30대, 많게는 50대 정도까지의 연령대의 이야기들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라도 그 나이를 경험해야하고 혹은 그 나이대인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하는 인생이기에 나를 위해서도, 혹은 함께 살아가는 상대방을 위해서도 여러 생각이 드는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 정보

Yukitsu Modoritsu by Nonami Asa (2000) 
엄마의 가출 
지은이 노나미 아사
펴낸곳 (주)뮤진트리
첫판 1쇄 펴낸날 2008년 12월 22일 
옮긴이 박승애
디자인 Studio Bemine 

* 오타 : p. 80 "우리 큰딸 남자친구 녀석이 집에 놀러왔와서 예기해주더군."
* 역자의 글 아래 앞의 단편의 제목이 계속 써 있네요.



   p. 233

   "다시 돌아오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가끔 뒤를 돌아보는 것은 필요해. 자신이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또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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