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세계문학의 숲 2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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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편에서 프란츠는 한 팔을 잃습니다. 그리고 헤르베르트 비쇼와 에바는 그를 도와주지만 다시 2편에서 프란츠는 그들을 뒤로 한채 홀로 서기를 갈망합니다.




'세상은 조용하다, 질서가 있다, 하지만 무언가 정상이 아니다, 저편에 그들이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서 있구나. 한순간 그것이 아주 분명히 보였다. (p. 11)'




그래서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와 그들이 맡긴 돈은 소액만 쓰고자 합니다. 팔은 비록 없지만 그는 자신의 두 발로 서는 것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그는 예전의, 도둑질에 두려워하고 착실하게 살고자 했던 그 프란츠 비버코프가 아닙니다. 그는 장물아비가 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누군가를 탓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모습은 이상해보입니다. 그는 전혀 자신을 보지않고 오로지 베를린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에 집착합니다.




그러다가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이 신문을 팔면서 지냈던 시절을 가소롭게여기는 모습까지도 보입니다. 그는 에바의 소개로 미체를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함께 살게되는데 기둥서방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이 관계에 의문을 품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체 또한 프란츠가 달라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프란츠는 이 엉뚱한 방향이 점점 더 극대화되어 라인홀트의 사업에 가담합니다. 시체와 신분을 바꿔주거나 장물아비의 중개인 노릇을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등 악한 일들을 일삼습니다. 그러나 프란츠는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벌어들인 돈에 기뻐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베를린이 바빌론이라고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프란츠는 행복하지 못합니다. 라인홀트와의 관계 때문에 '미체'라는 존재를 자랑스러워하다가 결국은 그녀를 잃고 맙니다. 그 부분을 통해서 '프란츠'와 '라인홀트'의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란츠는 착실하게 살기를 원했지만 자꾸 인생이 악한 결과로 자신을 몰아넣었고 라인홀트는 정말 악한 녀석이지만 그럴듯하게 잘 살아왔습니다.




그런 라인홀트에게 당해놓고도 프란츠는 전혀 그를 탓하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그에대한 악담조차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담한 악한 일에 자신 또한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성실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차이에서 둘의 인생은 다른 결말을 맞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지겹게도 인생이 고달프게만 흘러가던 프란츠에게도 이제는 정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한 몫을 차지하는 일꾼이 되었습니다. 시멘트 노동자, 가구 운반자, 신문팔이, 장물아비 등의 일용직 노동자의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제대로 된 직장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많은 것을 겪고 깨달은 다음 굳건히 서 있는 것, 쓰러지지 않고 죽지 않고 느끼는 것, 피하지 않고 자신의 영혼으로 서서 꿋꿋이 버티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p. 296)"


 

1편에서 이야기의 흐름은 정신이 없고 광고나 노래, 알 수 없는 대화들의 연속이었다면 2편은 좀 더 '현실'적이 된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정리되고 1편에서의 프란츠의 독백 보다 2편에서는 현실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1편보다는 2편이 좀 읽기 수월했구요. 마지막에는 작가의 의도들을 직선적으로 정리해줍니다. 1편에서 대체 이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고통의 시대를 살아갔던 알프레트 되블린. 1929년 이후에 그의 삶은 더 순탄치 못했지만 그는 이런 사고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약삭빠른 것인지도 모르는 순박한 프란츠같은 모습의 사람들. 그러나 결국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구성하고 있는 그 도시의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 정보




Berlin Alexanderplatz by Alfred Döblin (1929)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2 (세계문학의 숲 002)

지은이 알프레트 되블린


발행처 (주)시공사


옮긴이 안인희


2010년 8월 10일 초판 1쇄 인쇄

2010년 8월 17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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