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와라 히로시 작품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다음으로 읽은 두 번째 소설입니다. 사실 오기와라 히로시의 대표작은 다른 책들이 있지만 유명 작가의 다소 비인기작을 먼저 읽어보는 습관을 갖고 있어서 이렇게 비인기작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왠지 순차적으로 괜찮은 작품을 읽어보는 것은 용서가 되어도 이 작품 이외의 것들은 너무 재미가 없다는 식의 패턴은 참을 수 없는 이상한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전목마' 지루한 일정 방향으로의 운행을 제외한다면 겉모습이 이쁘고 아이들의 혹은 커플의 꿈의 놀이기구 같은 이미지가 있지요. 그래서 어느 나라건 놀이 동산에 회전목마 없는 곳은 없을 겁니다. 제목이 주는대로 이 소설은 '놀이 동산 재건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실 '회전목마' 이야기는 그리 많이 나오진 않습니다.
이 소설의 제가 바로 전에 읽은 '신으로부터의 한마디'와 상당히 유사한 패턴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쪽은 일반 회사의 광고, 고객관리실 쪽이었지만 이쪽은 시청 공무원의 파견 업무처에서 시골 마을의 놀이 동산 재건에 관련된 쪽입니다.
주인공 토노 케이치는 원래 도쿄의 가전회사를 다녔지만 과로사한 직원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고향에서 지방 공무원으로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합니다. 너무 심심할 정도로 이렇다할 일이 없던 어느날 악명 높은 놀이 공원 재건하는 일에 투입됩니다.
이 소설이 꿈을 주는 작가의 책이었다면 멋있게 그려졌을 것 같습니다. '너에게로 또 다시'라는 만화가 있는데 그 주인공이 놀이 기구 디자이너로 나오고 놀이 기구를 만들면서 행복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상상을 했지만 역시 오기와라 히로시였습니다. 철저하게 현실을 보여줍니다. '신으로부터의 한마디'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상사들이 철저하게 부하 직원의 계획서를 무시했던 것처럼 수많은 적자를 낳는 알 수없는 고가 거래처들과 열심히 일하지 않는 환경은 역시 변화되지 않습니다.
그는 현실과 이상에 부딪히면서 열심히 재건을 노력해보지만 높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불만만을 봅니다. 그들의 연줄이 있는 정책에 대한 불만은 애초에 싹이 잘립니다. 결국 시장이 바뀌고 더 나은 도시를 꿈꿨던 사람들도 또 다른 권력의 이동을 맛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토노가 이룩하고자했던,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이 시의 사람들로 꾸려나가고 싶어했던 놀이 공원도 새로운 시장의 공약이었던 시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일환으로 폐쇄됩니다. 여태까지 진행되어온 패턴을 보면 차라리 폐쇄되는 것이 부정의 근절을 일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의 탁아소 설립도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사업이라 새로운 거물의 새로운 소비처가 생겨난 것만 같습니다.
'신으로부터의 한마디'에서도 마치 주인공 료헤이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을 철퇴하고 더 나은 회사가 되길 바랬지만 그는 거기서 뛰쳐나옵니다. 역시 토노도 그렇습니다. 자신은 늘 그랬듯 평온한 공무원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파견 나와서 했던 일이니까요. 이것이 훨씬 현실적이지만 참으로 씁쓸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실은 그러니까 좀 더 소설에서는 꿈을 꿔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이 작가는 또 현실을 보여주고 마네요. 재밌게 읽었지만 별 세개만 매겨봅니다.
정치 얘기로 심각하기만 한 소설은 아니구요. 좀 더 비정치적인 사람의 이야기라서 놀이 공원 재건을 위해 도움을 주는 도편수의 손자인 폭주족들과 토노가 예전에 몸 담았던 극단이 도와주러 오는 얘기들은 정말 재밌습니다. 가까이 있다면 절대 싫을 머리 아플 녀석들이지만 통쾌한 점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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