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를 위한 감정의 인문학 카페 - 우리가 밀어내려 애쓰는 부정적 감정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 십 대를 위한 인문학
정수임 지음 / 팜파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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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나쁜 감정이 찾아오면요, 그건 잘 극복해야 하는 거죠?”

그늘진 자리에서 자라는 감정도 있어. 그리고 그것도 소중한 내 감정이란다.”

 

나는 요즘 힘들다는 사람을 위로하는 게 정말 힘들다. 예전에는 아이고 어떡하냐... 힘내...” “얼른 털고 일어나야지.” 이런 말들로 위로를 했는데 상담에 대해 알아갈수록 일단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슬플 땐 충분히 슬퍼해야 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감추거나 빨리 넘기려고 하면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잠시 감춰진 것이다. 언젠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부정적인 감정도 인정하고 마주해야 한다.

 

십 대를 위한 감정의 인문학 카페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의 이름을 찾고 각 감정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회피, 슬픔, 불안, 죄책감, 수치심, 시기와 질투, , 후회와 같은 감정을 이야기하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일깨워준다. 제목은 십 대를 위한이라고 되어있지만 십 대였을 때, 그리고 지금도 온갖 감정을 혼자 삭이며 숨겼던 성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보통 인문학 도서와는 다르게 아름이의 서사를 따라가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소설 읽듯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단락마다 한모금의 대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감정에 관한 인문학적 정의나 설명을 덧붙여주는데 꽤 어려운 개념도 있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들도 있다. 독자의 수준에 따라 넘기더라도 아름이와 할머니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에서 어떤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한모금의 대화마다 음료가 하나씩 소개되는데 그 음료를 준비해놓고 함께 즐기고 싶은 책이다. 할머니의 따뜻하고 배려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아름이와 함께 위로 받을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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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달력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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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일 때 과사무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일주일에 한 시간씩은 온실에서 일한 적이 있다. 온실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하나 있었는데 요일마다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전까지는 식물이라 봤자 실내에서 화분에 기르는 식물만 접했었기 때문에 잡초가 그렇게 많이 잘 자라는지 몰랐다. 그리고 식물을 가꾼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초등학교에 발령받고 나서 교실 앞 옥상에 있는 텃밭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1년 내내 보게 되었다. 복도 너머 창밖에 널어놓은 시래기가 펄럭이고, 교장 교감선생님과 부장선생님들 모두가 함께 쭈그려서 고구마 순을 다듬으며 가끔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했지만 참 따스하고 즐거운 기억이다.

 

  내가 맛보기처럼 아주 일부만 체험했던 농부의 1년을 담은 그림책 농부 달력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책이다. 각 장을 넘길 때마다 빼곡하게 그려진 옥희 할머니와 영배 할아버지의 따뜻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나갔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마침 진달래와 목련이 한참 피어나는 시기여서 농부 달력중 봄 부분을 학생들과 집중해서 읽었다. 농사를 지을 때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농부 부부의 먹거리, 입을 거리, 즐길 거리까지 담아내서 다큐 영화를 한 편 보는 기분도 들었다. 학생들이 집중했던 대목은 역시 먹거리 이야기 부분이었고, 내가 홀린 부분은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께 드릴 몸빼바지를 고르며 제일 고운 걸로 한 장 주쇼.”라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수채화로 느낌있게 그린 몸빼바지의 알록달록함이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고, 서로 챙기는 노부부의 모습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어지간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는데, 농부 달력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보다는 한 권 집에 두고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나가기 좋은 그림책이다. 어린 조카들이 있는 언니네에 한 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채화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이 일단 매우 마음에 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읽는 재미가 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표지에 적힌 대로,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길!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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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덴마크 선생님 -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서로 의지하는 법 배우기
정혜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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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인 올해는 유독 공부의 목표가 대학교라고 하는 학생이 많다. 서울대, 못해도 연고대, 서울에 있는 대학교... 캠브릿지 대학교도 나왔다. 꿈이나 장래 희망이 없다는 대답보다 더 슬펐다. 전공의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목표를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학생들은 친구의 실수를 고발하고 권위적인 태도에 얌전해지며 책임을 회피한다.

 

  교직 경력이 길진 않지만 나는 늘 한 학년이 세 반이나 네 반으로 이루어진 학급의 담임이었다. 올해 우리 학년은 단 두 반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올해 같은 반 했던 친구 중 반은 내년에 같은 반이 되는 것이다. 친구와 갈등이 있어도 어차피 내년에 같은 반을 해야 하니까 참고 넘겨서 같은 이유로 갈등이 계속되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그래서 나는 수업 활동에서 경쟁적 요소를 최대한 없애고 학급 전체가 협동할 수 있도록 활동을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나뿐 아니라 많은 교사가 그러고 있다. 학생들이 1등의 뿌듯함보다는 함께 해냈을 때의 기쁨을 알아가길 바라고 있다.

 

  『나의 덴마크 선생님을 읽으며 처음에는 교사인 내가 앞으로 나의 학생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문제를 직면하고, 그늘진 곳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을 바라보고, 나아가 목소리를 내는 삶.

두려워하지 마. 어떻게 보면 아주 매력적인 시대야.”

기억해야 해. 네가 정치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정치는 언제나 너를 선택한단다.”

앙헬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사실 우리 반 학생들은 예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친구가 용기 내어 발표를 마치면 응원의 박수를 자발적으로 쳐주고, 활동을 먼저 끝낸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친구의 능력에 순수하게 감탄하고 칭찬을 아낌없이 하기도 한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 기꺼이 학생이 되어 배움의 길을 걸어 나간 정혜선 선생님을 응원하며, 예쁜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도 밖에서도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도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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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세상에서 동물과 공존한다는 것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청소년 시리즈 2
배성호.주수원 지음 / 이상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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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선생님의 우리가 교문을 바꿨어요!를 읽으며 초등학생들도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힘이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속가능한 세상에서 동물과 공존한다는 것역시 학생들이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생각해볼 내용들을 담았다. 두 장에서 네 장으로 이루어진 각 절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을 2개씩 제시하는데, 학교에서 수업에 활용하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활동시간에 짧게 읽고 질문에 대한 답을 쓰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동물과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3동물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이다. 환경문제가 심각한 요즘 환경교육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3장을 함께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의 논의는 동물을 도움이 필요한 약한 존재로 다루며 마땅히 인간이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멸종, 감염병 등 동물이 겪고 있는 문제가 단순히 동물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고, 그 생태계 안에 사는 인간도 당연히 영향을 받는다. 3장에서는 동물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며 인간중심사고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동물원이나 동물실험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나누어진다. 인권과 동물권은 모두 소중하기에,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며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토론이 아닌 토의하기 좋은 책이다. 학생들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고서 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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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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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호랑이라는 동물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그리운 감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저 ‘강함’에 매료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자취를 감추었고 우리는 동물원이나 영상으로만 호랑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반 친구가 바로 이 호랑이라면 어떨까? 파괴되는 자연을 떠나 인간과의 공존을 택하여 모습을 바꾸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루호』는 사람으로 변신하여 살아가는 호랑이 ‘루호’의 이야기다. ‘루호’는 토끼인 ‘달수’와 까치인 ‘희설’, 그리고 이들의 보호자(지만 월세는 받는?) 호랑이 ‘구봉’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노리는 호랑이 사냥꾼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쪽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손에 잡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후루룩 읽힐 정도로 몰입감 있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호랑이답게’ 살아가는 것인지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루호’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되었다. 용어 자체는 생긴 지 오래되었으나 그런 단어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게 되자 나를 위한 조언과 나를 통제하고자 하는 가스라이팅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루호』에도 ‘너는 이런 존재다. 이 행동은 너를 위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다른 인물을 자신의 프레임에 맞추고 그 틀 안으로 들어가도록 종용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린아이이자 사람으로 둔갑해 살아가는 호랑이인 ‘루호’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고민한다.
     

  이야기가 깔끔하게 잘 끝났지만 몇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직 궁금한 점이 남아있다.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떻게 살아왔을지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도 마저 듣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덮었다. 우리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호랑이들의 다른 이야기도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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