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호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323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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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백두산 호랑이’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호랑이라는 동물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그리운 감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물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저 ‘강함’에 매료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자취를 감추었고 우리는 동물원이나 영상으로만 호랑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 반 친구가 바로 이 호랑이라면 어떨까? 파괴되는 자연을 떠나 인간과의 공존을 택하여 모습을 바꾸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루호』는 사람으로 변신하여 살아가는 호랑이 ‘루호’의 이야기다. ‘루호’는 토끼인 ‘달수’와 까치인 ‘희설’, 그리고 이들의 보호자(지만 월세는 받는?) 호랑이 ‘구봉’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노리는 호랑이 사냥꾼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0쪽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손에 잡고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후루룩 읽힐 정도로 몰입감 있는 작품이었다. 어떻게 살아가는 게 ‘호랑이답게’ 살아가는 것인지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루호’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처음 듣게 되었다. 용어 자체는 생긴 지 오래되었으나 그런 단어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게 되자 나를 위한 조언과 나를 통제하고자 하는 가스라이팅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루호』에도 ‘너는 이런 존재다. 이 행동은 너를 위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다른 인물을 자신의 프레임에 맞추고 그 틀 안으로 들어가도록 종용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어린아이이자 사람으로 둔갑해 살아가는 호랑이인 ‘루호’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고민한다.
     

  이야기가 깔끔하게 잘 끝났지만 몇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직 궁금한 점이 남아있다. 어떤 사연이 있고 어떻게 살아왔을지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도 마저 듣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덮었다. 우리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호랑이들의 다른 이야기도 기대해본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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