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달력 웅진 모두의 그림책 44
김선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생일 때 과사무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일주일에 한 시간씩은 온실에서 일한 적이 있다. 온실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하나 있었는데 요일마다 해야 할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전까지는 식물이라 봤자 실내에서 화분에 기르는 식물만 접했었기 때문에 잡초가 그렇게 많이 잘 자라는지 몰랐다. 그리고 식물을 가꾼다는 것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초등학교에 발령받고 나서 교실 앞 옥상에 있는 텃밭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1년 내내 보게 되었다. 복도 너머 창밖에 널어놓은 시래기가 펄럭이고, 교장 교감선생님과 부장선생님들 모두가 함께 쭈그려서 고구마 순을 다듬으며 가끔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했지만 참 따스하고 즐거운 기억이다.

 

  내가 맛보기처럼 아주 일부만 체험했던 농부의 1년을 담은 그림책 농부 달력은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책이다. 각 장을 넘길 때마다 빼곡하게 그려진 옥희 할머니와 영배 할아버지의 따뜻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번져나갔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마침 진달래와 목련이 한참 피어나는 시기여서 농부 달력중 봄 부분을 학생들과 집중해서 읽었다. 농사를 지을 때 이런 것도 하는구나? 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농부 부부의 먹거리, 입을 거리, 즐길 거리까지 담아내서 다큐 영화를 한 편 보는 기분도 들었다. 학생들이 집중했던 대목은 역시 먹거리 이야기 부분이었고, 내가 홀린 부분은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께 드릴 몸빼바지를 고르며 제일 고운 걸로 한 장 주쇼.”라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수채화로 느낌있게 그린 몸빼바지의 알록달록함이 눈을 즐겁게 하기도 했고, 서로 챙기는 노부부의 모습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어지간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는데, 농부 달력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보다는 한 권 집에 두고 천천히 꼼꼼하게 읽어나가기 좋은 그림책이다. 어린 조카들이 있는 언니네에 한 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채화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이 일단 매우 마음에 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읽는 재미가 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 마음이 정말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만났다. 표지에 적힌 대로,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드시길!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