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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아이 ㅣ 사계절 아동문고 99
남유하 지음, 황수빈 그림 / 사계절 / 2021년 2월
평점 :
필순이가 나무가 됐다.
2반 현오는 무당벌레가 되어 날아갔고,
3반 수아는 청설모가 됐다던데,
우리 반 필순이는 나무가 된 것이다.
필순이는 왜 하필 나무가 되었을까.
현오나 수아처럼 동물이 되었다면 그 교실을 벗어나기라도 할텐데.
어떤 교실을 들어가더라도 그 해에 나무같은 학생이 한 명은 있다.
가끔은 여학생 한 명, 남학생 한 명일 때도 있다.
교실을 날아다니는 벌레나 학교 안으로 날아든 참새는 학생들의 이목을 끌기라도 하는데
나무같은 그 아이들은 그저 교실에 조용히 뿌리내리고 있다.
내가 학생일 때도 그런 나무 같은 친구가 있었고, 그 나뭇가지를 꺾고 나뭇잎을 떼는 다른 친구도 있었다.
나무가 되어버린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학생들.
그리고 나도 그 나무를 지키거나 물을 떠다주는 친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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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된 아이」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아픔과 상처에 환상을 덮어 풀어낸 작품이다.
반쪽짜리 사람이 정상인 세계
무당벌레, 나무로 변해버리는 친구
뇌만 남은 엄마
마녀와 마술
가슴에 구멍이 뚫린 아빠
가면처럼 웃는 친구
동화처럼 읽는다면 으스스한 분위기의 환상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 쯤은 그 환상의 주인공이 되었거나 등장인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무가 된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은 되어야 좋을 것 같다.
단편 모음이라 두께가 매우 얇은 책이지만 다 읽고나서 후폭풍이 무척이나 길게 온 책이었다.
상처 입고 아팠던 어린 시절이 거의 20여 년 전이어도 마음 한구석이 조여오는 기분이다.
아이들이 혼자 읽고 넘기게 하지 말고 꼭 보호자분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