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부터 무슨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에는 늘 파란색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물감색 이름을 외운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상에는 너무 많은 파란색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수많은 파란색 중에서도 코발트 블루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나 색상표를 보니 울트라 마린일까 코발트 블루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이희영 작가의 챌린지 블루는 각 장의 제목이 다양한 색 이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이 시작될 때마다 램프 블랙’, ‘페인즈 그레이’, ‘윈저 바이올렛같은 낯선 이름이 어떤 색을 나타내는지 검색하며 읽었다. 색상 코드가 적혀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코드로 나타내는 방법이 헥스 코드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 역시 그랬지만 아마 많은 독자가 이 색상이 정확히 어떤 색상인지 색상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색의 이름이 있지만, 작가가 생각했던 딱 그 색상이 무엇인지는 검색을 한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챌린지 블루는 어려서부터 미술을 배우고 미대 입시 준비를 한 고등학생 바림의 이야기이다. 미대 입시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너무나도 긴 시간 동안 하나의 목표만을 보며 열정적으로 달리다가 지쳐서 목표만 남아버린 바림의 상황은 어딘가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 열정, 두근거림, 설렘이 모두 사라지고 목표 지점만 남아있는 장면. 그리고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 나는 너무 지친 모습. 바림과 나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도 비슷해서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48.p “, 그러니까 우리는 삶을 좀 더 알록달록하게 예쁘고 다양하게 빚자. 똑같은 김밥도 소고기가 들어갔느냐 참치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잖아?”

271.p “바림이도 분명 그럴 거라고. 그 녀석 스무 살도 안 됐단 말이야. 실패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나이잖아. 그냥 다 경험이고 과정이지. 우리도 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파란만장하게 살아왔잖아. 바림이 이제 시작도 안 했어. 누구 딸인데 걱정을 해?”

 

 지쳐버린 바림이를 바라보는 엄마와 이모의 시선은 위에 나타난 것처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엄마는 예쁜 결과물을 원하고, 이모는 아직 바림의 인생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과정 단계라고 이야기한다. 어른들은 인생을 먼저 경험했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어떤 길이 쉽고 빠른 길인지 알려주고 그 길로 걷도록 종용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간과한 게 있다면 그들이 걸어 온 길은 당신만의 길이고 지금 아이들이 걷고 있는 길은 각자의 또 다른 길이라는 것이다. 조언을 줄 수는 있으나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길을 걷고 있고, 그 길 위를 걷는 사람도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온실이 언제까지고 작은 꽃을 따스하게 지켜줄 수 없다. 언젠가 온실은 사라질 것이고 어른들이 소중히 여기던 사랑하는 작은 꽃은 온실 없는 겨울을 보내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기에 바림처럼 온실 밖으로, 정해진 길을 벗어나 한 발자국 내딛어보려는 그 걸음을 응원하고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숙제 손 지우 작은 책마을 53
최도영 지음, 최민지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자주 쓰는 말들이 있다. “너네 이제 고학년이잖아.” “4학년이면 글쓰기 숙제 10줄은 쓸 수 있어야죠?” “3학년 앞에서 창피하게 뭐하는 거야.” 등등... 사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도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막 10년이 된 아이들인데 나도 모르게 기준을 정해놓고 아이들을 대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숙제 손 지우에는 어른들이 무심코 뱉은 말에 마음을 다친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동네 아주머니, 엄마, 선생님의 말에 상처받은 파마 임금님수호’, 숙제 손 지우지우’, 맞혀 맞혀 다 맞혀다해에게 기발한 일이 생긴다. 그 일들로 인해 어른들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하고 어른들이 잠시 잊고 있던 어린이에 대한 사랑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은 숙제 손 지우. 처음 책 표지를 보았을 때 어떤 의미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가장 뜨끔하고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였다. 특히 지우가 나는 손만 있으면 되나 봐. 숙제하는 손!’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보니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비친 내 모습이 어떨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모범적인학생이어도, 어른들의 기준에 성실하고 착한학생이어도 어른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 말을 내뱉은 어른들도 모두 그런 상처를 받았던 어린이였던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숙제 손 지우에서 지우를 찾으며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빠릿하게 무엇인가를 해내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그 무엇을 잘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리의 형제 1 - 맹수의 눈을 지닌 아이 이리의 형제 1
허교범 지음, 산사 그림 / 창비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리의 형제 1가제본을 읽어나가며 오래간만에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노단이 표지에서도 당당히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니 주인공인 듯하고, 제목이 가리키는 이리의 형제도 노단을 말하는 거 같은데, 평범한 인간의 처지에서 보자니 나쁜(?) 인물이다. 그런데 이 인물이 약하게 태어났고 지금 시한부 인생이라서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급하게 인간을 부하와 먹이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약하게 태어나서 그들 사이에서 무시당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강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는 싫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어 무리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인간과 괴물,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문구가 와 닿았다. 책을 다 읽었지만 나는 아직도 노단을 응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65.p 연준이 희망을 담아서 물었다. 노단은 인간들의 그런 표정을 잘 알았다. 쓸데없는 상상이 만들어 내는 그 표정은 인간의 약점이었다.

 

 희망, 소망이 인간의 나약함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그들이 인간의 적이라는 것은 알겠다만... 그래도 우리의 노단은 주인공...일테니...? 앞으로 펼쳐질 시리즈에서 노단이 어떤 노선을 택하는지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노단의 첫 부하가 되는 평범한 인간인 연준은 참 마음 가는 인물이다. 강대한 힘이나 엄청난 지배력으로 남을 휘두르는 것보다 학원 A반에서 낮은 반으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좋길 바라는 인물. 초능력이나 세상을 뒤집을 능력은 스크린 속 히어로들에게 넘기고 그저 학원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두뇌를 갖고 싶은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잘 담긴 것 같다. 떠돌이로 인간들 사이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던 유랑과 마주치고 그들이 함께 풀어나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이리의 형제 1이 끝나서 다음 편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노단, 연준, 유랑 이 세 인물이 어떻게 공존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갈지 궁금하다. (일회성 인물은 아니겠지...?)

 

+ 나는 종교가 없어서 성경은 잘 모르기 때문에 나는 이리의 형제요 타조의 벗이로구나구절이 무슨 뜻인지 알기 위해 열심히 검색해보았다. 영광스러웠던 과거를 지녔던 욥이 주위로부터 조롱당하고 괄시받으며 도움을 주는 자가 없는 처지로 전락하였다. 하나님조차 도와달라는 그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욥은 가죽이 검어져서 떨어지고 뼈는 열기로 인해 타면서도 응답과 구원을 기다린다. 제목으로 삼은 만큼, 서사 전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텐데 1편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이리의 형제가 아동문학인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계속 나올 후편에서 잘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온 세상 생쥐에게 축복을! 작은 책마을 37
로이스 로리 지음, 에릭 로만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모든 것은 축복받을 수 있대요.

근데 왜 생쥐만 안 되냐고요!

 

 그러게나 말이다. 왜 안 되는 걸까!

 언젠가 귀여운 햄스터 사진을 아빠께 보여드린 적이 있다. 햄스터가 무더위에 지쳐서 말랑하게 녹인 떡처럼 납작하게 퍼진 사진이었다. 아빠께선 쥐 징그러!”라고 하셨고 이건 쥐가 아니라 햄스터라고 말씀드렸더니 돌아온 대답은 햄스터쥐 징그러!”였다. 아빠 어린 시절에는 쥐가 참 많았단다. 잠을 자려고 방에 누워있으면 쥐들이 신나게 천장을 뛰어다니고, 어느 날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난리였다고 한다. 나야 게임에서나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거렸지만 아빠는 진짜 쥐를 잡느라 고생하시며 자랐을 것이다. 햄스터나 <라따뚜이>를 보면서 자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인식이지만 의 이미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훨씬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온 세상 생쥐에게 축복을!을 읽을 때는 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잠시 내려놔도 좋을 것 같다. 쥐덫을 비웃으며 치즈만 쏙쏙 빼내고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새겨진 성인들을 구분할 수 있는 힐데가르트는 성당 생쥐들의 영리한 리더이다. 힐데가르트에게는 이끌어가고 지켜내야 하는 219마리의 생쥐 식구들이 있고, 아기에게 최악의 시기에 또 아기를 낳은 생쥐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겁내는 시기는 동물 축복식이 있는 성 프란치스코 대축일이다. 동물을 축복하는 행사가 있는데 왜 동물인 생쥐들에겐 위험한 시기일까? 축복을 받으러 사람들이 데리고 오는 수많은 동물 중에 고양이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양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당 생쥐들은 아슬아슬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분명 아무도 없을 시간이라서 지름길로 가려다가 예상치 못하게 사람과 맞닥뜨린다든가 둥지를 가꾸려고 수세미에 접근하다가 사람과 마주친다든가 하는 식이다. 성당 생쥐들은 방역 업체가 성당에 와서 많은 생쥐가 희생될까 두려워하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그 모습이 기발하기도 하고 재치 있기도 해서 푹 빠져서 후루룩 읽어나갔다. 다 읽고 나서 작가가 기억전달자를 쓴 로이스 라우리인 것을 알게 되어서 뒤늦게 반가움을 느꼈다. ‘에릭 로만의 그림도 참으로 사랑스러워서 절로 미소가 나오기도 했다. 주인공이자 성당 생쥐들의 리더인 힐데가르트는 너무 똑 부러지게 생기고 카리스마도 느껴진다.


 결국 방역 업체가 성당을 방문하게 되는데, 힐데가르트와 219마리의 생쥐들이 이 위기에 어떤 대처를 하는지 꼭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이지만 시리즈로 이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었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가 웅진 모두의 그림책 46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한낮의 볕을 좋아했어.

아침이면 내 귓가에 바람을

, 불어 주었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생일선물이었다. 그때는 다른 이름으로 홍보했던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씨몽키 키트였다. 어린이 신문에 나온 광고를 보고 -당시 내 기준으로는-거금을 들여 받아낸 선물이었다. 신나서 설명서를 읽어보니 외국인이 쓴 관찰일지가 함께 실려있었다. 알이 부화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날짜별로 적혀 있었고, ‘OOOOO은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로 끝났다. 관찰일지를 읽고 나니 도저히 알을 부화시킬 수 없었다. 결국 그 키트는 친구의 생일선물로 보내버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죽음이나 이별, 헤어짐을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했다. 열대어를 기르면서 조금 무뎌진 것 같긴 하지만(R.I.P. 구피들아) 그래도 생명과 죽음을 소재로 하는 서사는 조금 힘들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책 잘 가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원래 책을 읽을 때 별다른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면 늘 당황스럽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여러 동물의 이야기에 가슴이 점점 먹먹해졌다. 고정순 작가님은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이기심 때문에, 실수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따뜻한 사과와 고마움을 표하는 말들을 건넨다.


 책의 후반부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기억할게.’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힘 있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기억된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앞으로도 살아가며 인간들로 인해 스러져가는 수많은 생명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지켜보며 잘 가라는 말을 전해야겠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