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웅진 모두의 그림책 46
고정순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는 한낮의 볕을 좋아했어.

아침이면 내 귓가에 바람을

, 불어 주었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4학년 생일선물이었다. 그때는 다른 이름으로 홍보했던 거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씨몽키 키트였다. 어린이 신문에 나온 광고를 보고 -당시 내 기준으로는-거금을 들여 받아낸 선물이었다. 신나서 설명서를 읽어보니 외국인이 쓴 관찰일지가 함께 실려있었다. 알이 부화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날짜별로 적혀 있었고, ‘OOOOO은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로 끝났다. 관찰일지를 읽고 나니 도저히 알을 부화시킬 수 없었다. 결국 그 키트는 친구의 생일선물로 보내버렸다. 나는 어릴 적부터 죽음이나 이별, 헤어짐을 공포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했다. 열대어를 기르면서 조금 무뎌진 것 같긴 하지만(R.I.P. 구피들아) 그래도 생명과 죽음을 소재로 하는 서사는 조금 힘들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고정순 작가님의 그림책 잘 가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원래 책을 읽을 때 별다른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펼쳐지면 늘 당황스럽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여러 동물의 이야기에 가슴이 점점 먹먹해졌다. 고정순 작가님은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이기심 때문에, 실수 때문에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따뜻한 사과와 고마움을 표하는 말들을 건넨다.


 책의 후반부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기억할게.’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힘 있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기억된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앞으로도 살아가며 인간들로 인해 스러져가는 수많은 생명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지켜보며 잘 가라는 말을 전해야겠다.


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