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는 가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느껴져 피하고 있었는데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의 제목을 보고는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푸짐한 몸매에 단춧구멍같이 작은 눈을 가진 고양이의
아저씨 같은 능글능글 함에 웃음부터 났기 때문이에요. ㅎㅎ
초등학생 때를 제외하면 애완동물은 키울 수가 없었기에
항상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요즘엔 냥의 매력에 푹 빠졌다죠.
어떤 물건을 떠나서, 고양이가 등장하면 눈길이 확- 가요.
'시마짱'이라고 불리는 먹성 좋고 뻔뻔함으로 도배한 길고양이가
저자 무레 요코의 집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뭐 좀 내놔보쇼."라는 의미를 알아차린 저자는
직접 키우는 집고양이 '시이'가 먹다 남은 캔 사료를 주는데,
양이 적은 것을 감안해서 새것을 하나 더 따서 줍니다.
그런데 시마짱이 거부하네요 ㅋㅋ이유가 참 철판이에요.
"이거 말이야, 먹다 남긴 거잖수." "이거 먹기 싫어."

결국 보란 듯이 옆 집 (저자의 친구)으로 가서 비싼 날달걀과 신선한 우유를 얻어먹고
다시 돌아와서 여봐란듯이 혀를 날름날름~
"엄청 맛있는 거 먹고 왔수다. 당신네에서 주는 거랑은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라."
아니 ㅎㅎ 길고양이 주제에 어쩌면 이렇게 뻔뻔한 건지 정말 놀라웠어요.
시마짱 외에도 저자가 일상을 풀어놓는 재밌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어요.
현재로 이어지는 곰 인형 상품을 만든 두 남성은 곰 사냥이 취미였다.
곰의 생명을 자신들의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로 빼앗고,
곰 인형 상품을 만드는 계기를 형성했다는 것도 솔직히 복잡한 마음이 든다.
사냥을 속죄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나도 호소력 짙은 곰의 손짓하는 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베이징에서 황제 요리 코스의 메뉴로 곰 발바닥을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형태 그대로였다.....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모두 사실은 곰을 아주 좋아하는데
생명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게 판다였더라면 총에 맞을 일이 없을 텐데. (p94)
연륜에서 나오는 포용력으로 애완동물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정성에
감동도 받고, 서두르지 않는 여유로움으로 마음을 여는 모습은 따뜻했습니다.
시마짱이 흘린 사료를 먹으로 날아오는 새 이야기에서는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즐거움 뒤에, 분비물의 치워야 하는 수고스러움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저자를 볼 수 있었어요. 저 같으면 쌓여가는 새똥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계속 찾아오게 둘까 말까 고민도 했을 겁니다. 귀찮아서요. ㅠ
동일본 대지진은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는 물론,
그 땅에 살던 동물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표류하던 개가 주인과 재회하거나 무너진 집 근처에서 고양이가 살아남아
발견되기도 했고, 해일에 휩쓸렸던 소가 돌아오는 등,
그 참상에서 동물들도 살아남아줬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p95)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에 관한 내용이 아닌
무레 요코라는 인생 선배의 작은 배려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빠른 것에 익숙해서 느린 것을 참지 못하는 저에게
조금은 천천히 다가가는 방법을 친숙한 '고양이'를 통해 전달받은 느낌이었어요.
시마짱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리고, 시마짱의 대화체에 사용된 '하슈. 했슈. 보슈' 보다는
'하시오. 했소. 보시오'라는 하오체가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판 과묵함으로 일관해서 선비인 척하는 콘셉트(?)이랄까요.
책을 읽으면 두뇌가 활발해져서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는 말이 맞나 봐요ㅋ
고양이와의 소통을 다양한 언어 표현으로 만나보고 싶다거나
동물에게 애정 어린 따뜻한 시선을 가진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소소한 행복이 바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