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눈 이야기 - 예술과 의학 사이에서 명화를 만나다
기홍석.박광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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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명화를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서

익숙했던 작품도 있지만 처음 보는 작품도 있어서

흥미롭게 봤습니다.

명화 속 인물들의 '눈'을 중심으로

작가나 인물의 시력 상태나 질환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풀어냈는데요

이전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재밌었어요.

목차부터 다릅니다.

시간이 남기는 흔적 - 눈꺼풀

눈으로 튀어나오는 감정 - 눈확

함께 있는 맹인들 - 각막

진심과 거짓 사이 - 눈물

시선의 수수께끼 - 사시

희미한 수련의 여운 - 백내장

시야에 드리운 장막 - 녹내장

가깝게 세밀하게 - 근시

긴 얼굴의 초상들 - 난시

새로운 시각, 또 다른 시작 - 원시와 노시안

존경의 상징 - 안경

틈이 날 때마다 미술관에 가는

저자 두 분 직업이 '안과 의사'라서

그 시선을 따라 작품을 보니 신선했어요.


유명한 명화들로 예상했다가

이렇게 독특한 작품도 만나봅니다.

<외과적 눈 절개를 한 청년의 초상화>인데요

로마 시대 익명의 한 이집트 예술가가 그렸다고 해요.

두 눈의 크기가 다른 점,

오른쪽 아랫눈썹이 매우 부자연스러운 점,

약간 늘어진 뺨을 통해 수술 후 흔적일 가능성과

종교적 이유를 들어봅니다.

정말 기묘해요:)


명화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고흐!

<밤의 카페>와 <별이 빛나는 밤>에 등장하는

사물 주변의 무리 현상과 소용돌이 기법,

유난히 많이 쓰인 '황색'을 이유로

노랗게 보이는 '황시증'이 제시되기도 하고

안압이 상승하는 급성 폐쇄각녹내장이라는

추측도 했다고 하는데

급성 납중독에 의한 핵백내장이라는 주장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반되는 증상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복용하던 약초 디기탈리스의 부작용인 황시증이

아니냐고 하지만 증거는 없다고 하네요.

고흐에게 제기된 질환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지만 증명된 바가 없어서 미스터리로...


제 기준으로는 기괴함마저 느껴지는

<파란 눈의 여인>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가

기억에 남습니다.

죽기 전 그린 자화상마저도 길게 그렸어요.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그렸는데

초점 없는 텅 빈 눈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제가 보기엔 그냥 그림 속 눈 같은데

실제 작품을 보면 더 선명하게 느껴질까요?)

흥미로운 점은 모딜리아니의 작품 중에

눈동자가 그려진 눈을 찾기가 쉽지 않대요.

그중에 하나가 <젊은 여인의 초상화>인데

모델 잔느가 왜 눈동자가 없냐고 묻자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의 영혼을 알고 난 후에

눈동자를 그릴 거예요."

명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왜 이렇게 보이도록 그렸을까라는 의문도

자연스럽게 생기면서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런데 한 가지 부작용(?)이 있는데

작품을 볼 때

제일 먼저 눈으로 시선이 갈 것 같아요.

양쪽이 어떻게 다른가? 시선이 어디를 향하나?

눈에 빛이 있는가 텅 빈 어둠이 있는가.

예술과 의학, 두 분야가 만나는 지점에서

놓치고 있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난 느낌입니다.

인상 깊었던 작품들은

언젠가 직접 찾아가 보고 싶어지네요.

더운 날씨에

시원한 명화 북캉스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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