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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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잔혹 동화처럼

주인공 '슐레밀'과 '악마'의 밀당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재미있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입니다.

돈이 많은 '욘'이라는 남자에게

동생의 편지를 전하러 간 슐레밀은

화려한 사교 모임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수상한 '회색 옷을 입은 남자'를

발견하는데, 신기하게도 그가 가진

주머니에서 온갖 물건이 쏟아집니다.

소망이 언급되자마자 회색 옷 입은 남자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겸손하고 공손한

몸짓으로 매우 귀해 보이는 금테 두른

터키산 양탄자를 꺼냈다.

나는 도무지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볐다.

더욱이 아무도 그 광경을

기이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_p22

무서움마저 느낄 무렵 회색 옷의 남자는

정중하게 슐레밀을 따라와 요청을 하는데

감히 이런 말을 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형용 키 어려운 감탄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자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 스스로는

그 점을 알고 계시지 못하시겠지만,

빛나는 태양 아래서 당신은 고상하고

당당한 마음으로 아주 멋진 그림자를

자신의 발밑에 드리우고 계십니다. _p26

라며 놀라운 제안을 합니다.

바로 슐레밀의 그림자와 금화 주머니를

교환하자는 것이었죠. 꺼내도 꺼내도

마르지 않는 금화 주머니였습니다.

그림자 따위 뭐가 중요하랴 싶었던 그는

쏙아지는 금화에 빠졌고, 회색 남자는

그 자리에서 그림자를 돌돌 말아 사라집니다.

나는 그가 놀라운 솜씨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 그림자를 풀밭에서 살짝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몸 안에 집어넣는 것을 보았다.

다시 일어서서 그는 내게 공손히 인사를 건네고는

장미 숲을 향해 되돌아갔다.

그가 나직이 내뱉은 웃음소리를 나는 들었다. _p29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해요!

하찮게 여기던 그림자였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놀랍게도,

그림자가 없는 슐레밀은 하인에게서조차

무시당하고 외면받는 존재가 된 것이었어요.

넘치는 금화로 백작 대접을 받았지만

그림자가 없다는 걸 숨기기 위해

해가 진 오후나 밤에만 거리를 다녔고

그의 곁엔 충직한 하인 '벤델'과

불순한 의도를 숨긴 '라스칼'이

남았습니다.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만 숨기면

아름다운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는 것도

마을 주민에게 존경을 받는 것도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어요.

결국 모든 것이 들통나 버리고

회색 옷의 남자는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며 그를 찾아옵니다.

절실하게 그림자를 되찾고 싶던

슐레밀에게

다음 거래를 제안하기 위해서였죠.

"죽은 후 나는 이 서류를 갖고 있는 이에게

내 영혼을 넘길 것을 유언으로 서명하노라."

크게 놀란 슐레밀은 거부하고 도망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악마가 변장한 것이었고

그림자 없는 하루하루가 비참해져 갑니다.

(사랑하던 여인도 다른 놈에게 빼앗김)

그는 재빨리 내 손에 살짝 상처를 냈다.

내 손에서 피가 흐르자 그는 말했다.

"보세요! 붉을 피를! 자, 서명하십시오!"

나는 양피지와 펜을 손에 쥐고 있었다. _p91

환상소설답게 기묘한 분위기 속에서

악마의 정중하고도 달콤한 유혹이(?)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19세기 독일 문학만이 가진 분위기가

지금의 그로테스크함과는 달랐지만

소외된 삶의 공포와 상실감,

그로 인한 깊은 고민과 후회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의 질문을 던집니다.

악마가 주인공에게 보여준

또 다른 '서명자'들의 묘사는

예상치 못한 반전처럼 등장하며,

생각할수록 오싹했어요.

당신은 악마라서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데

어떻게 그걸 보고도 서명하겠냐고요;;

과연 슐레밀은 악마와 계약을 했을까요?

충직한 종이 되기를 자처하는 악마는

원하는 것을 얻고 또다시 웃었을까요?

스포라 안 알려드립니다. ><


212쪽으로 다소 얇다는 생각을 했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각국의 회화 작품과

당시의 표지, 이해를 돕는 설명도 나와서

작품만큼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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