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러, 공포, 환상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전 정말 반했어요!


중남미 소설이라는 분위기도 한몫하지만

작가님이 언론인 경력도 있어서인지

현실감 느껴지는 정치 상황, 역사적인 배경,

실제 존재하고 있을 어둠의 차원을

사악하고도 경이롭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처음엔 조금 지루한 감을 느꼈는데

초반 조금 넘어가니까 오컬트의 신비하고도

충격적일 만큼 잔인한 주술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정의를 상징할 것만 같은 '기사단'의

끔찍한 악행과 어둠의 의식들이 펼쳐집니다.

그들은 놀랍게도

악마의 소환 의식을 통해 부와 명성을 쌓고

영생과 불멸을 위해 인간이길 포기합니다.

마약을 이용한 제물을 (인간)을 바친다거나

초심자들의 희생은 하찮을 지경입니다.

어둠은 당연하다는 듯 그들을 삼키고

자르고 토막 나고.. 뒤집어쓴 피와...


게다가 주인공 중 하나인 '후안'은

어린 아들 '가스파르'의 아버지인데,

매우 폭력적인 인물입니다.

내면에서 폭력성이 끊임없이 올라와

약간의 칭얼걸거림도 용서하지 않고

아들을 사정없이 때린다거나..

아이를 두고 자리를 피해버리기도 해요.

후안은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는데

안타깝게도 기사단에 끌려갑니다.

치료를 위한 명목이었지만 사실 그는

역대급 '메디움'의 힘을 가지고

'권능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기사단의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둠과 악마의 소환인데, 메디움은

바로 그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 중요한 메디움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둠의 힘을 불려내고 잠식된 육체는

바싹 말라버려 무기력하게 죽어갑니다.

아픈 후안만이 유일하게 오랜 어둠의 힘을

이겨내고 버티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기사단은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심지어 뒤를 이을 메디움으로

그의 아들을 주목하게 되고

숨겨진 능력이 있는지 시험까지 하죠.

후안의 마지막 희망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서더라도

기사단의 손아귀에서 아들을

보호하는 것뿐입니다.

이미 자신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이며

메디움으로써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들 가스파르'와 위험한 여행을 떠나는 후안은

악마의 힘을 이용하는 능력 때문인지

남녀 불문하고 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며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만납니다.

*19금*

어쨌든 자신의 외모가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의 욕정을 이해하는 한편,

즐길 수 없다면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왔다.

_p115

한편 다양한 이유로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기사단 소속이지만

후안을 아끼고 그의 가족을 지키려는

친구와 친척, 지인들도 있습니다.

의식을 치를 때마다 빠르게 소멸하는

후안의 수명과 핏기 없는 육체는ㅠ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마감을 알리지만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간 미심쩍은 '사고 정황'을

알아내기 위해 은밀하게 악마를 소환하고

망자인 아내 '로사리오'를 만나고자 하는 노력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전체 스토리를, 최대한 간략히 적어보자면

후안과 어린 아들 가스파르의 여행으로 시작하여,

가스파르의 10대와 아내 로사리오가 후안을 만난 이야기,

성인이 된 가스파르와 기사단의 대결이지만

사실 이렇게 줄이기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더 많아요!

(중간에 짧게 나오는 브래드퍼드 썰은 충격 그 잡채;;)

죽은 아내 '로사리오'와 폐인급 '후안'의

애틋한 첫만남이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가장 몰입할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다양한 어둠의 주술과

민간 신앙처럼 전해진 기괴한 전설,

실제 연도와 날짜까지 실감 나게 기록한

아르헨티나의 독재 상황이 배경이 되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매력인 소설입니다.

'피의 의식'을 다룬 영화를 본듯한

어둠을 숭배하는 기괴한 장면들,

마치 코앞에서 느낀 듯한 악마의 끔찍한 체취,

뼈가 다 드러나도록 훼손된 육체의 묘사가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장르에 내공이 깊을수록

사골(?) 맛집입니다!

너무 잔인한 이야기만 했나요?ㅎ

엇나간 애정, 부성애, 사랑, 짝사랑, 우정, 희생 등

각각의 사연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재밌게 봤습니다.


후안이 아들에게 해준

'꽃' 이야기가 잊히지 않아요.

상상할수록 끔찍해서 ㅠㅠ

스페인 소녀가 과라니 인디오와

그만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분노한 그녀의 아버지인 선장은

인디오를 죽여버리고 맙니다.

절망한 소녀는 스스로 화살을 잡아

심장에 박고 자살을 했는데...

"그리고 어떻게 됐어요?"

"소녀가 죽어 쓰러지자, 상처에서 이 꽃이 자라났지."

"그럼 모든 꽃 하나하나마다 소녀가 한 명씩 죽은 거예요?"

_p131

덧.

*꽃 이름은.... 책에서 확인하세요

*드라마로 제작된다니 너무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