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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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쁘고 고전스러워서

책을 받았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벌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표지에 나온 여인이자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를 잘 알아서는 아니었고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라는

책 소개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는데

그녀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작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은 강가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ㅠㅠ

어릴 적 의붓 오빠들로부터 성적 학대로

인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환청과

언제 갑자기 정신이상 발작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공포가 컸다고 해요.

이 책은 버지니아의 생애를

아우를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이 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엮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문과 인문학적 해석이 있지만

독자 스스로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는 배려도 보였습니다.

한 작품의 마지막엔 항상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역을 해보거나

필사할 수 있는 페이지들이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작품에 함께 참여하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13작품 속 문장들이 나오는데

스토리도 함께 있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을

조금은 이해하면서 문장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1.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다

2. 어떻게 살 것인가, 의식의 흐름에 몰입하다

3. 초월적인 존재를 사랑하게 되다

4.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총 4 파트의 구성으로 되었으나

아무 페이지나 펼쳐봐도 좋더라고요.

그중에서 <올랜도>와 <등대로>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여성보다도 더 아름다웠던 올랜도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무담당관이자

사무관으로 발탁이 되어 총애를 받고

많은 사람들의 구애를 받던 중

아일랜드 여인과 혼인을 약속하고

그만 러시아 공주와 사랑에 빠집니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맹세하지만

공주의 배신으로, 올랜도는 파혼한 아일랜드의

미움을 받아 궁정에서 추방당합니다.

그 후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깊은 잠에서 깨어나 치열하게 작품을 쓰고

교류했지만 오히려 만천하에 조롱을 당하고

작품을 찢어버린 후 자신을 위한,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합니다.

그리고 다시 깊은 잠에 빠진 후 깨어났을 땐

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작품을 출판하며 끝이 납니다.



"문학 사상 가장 길고 멋진 연애편지"라는

평가를 들은 작품이기도 한데

버지니아와 가장 친밀하면서도

열렬히 사랑했던 여성 작가 비타 색빌웨스트에게

헌정한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올랜드라는 등장인물의 모델 또한

비타였다고 하니 얼마나 좋아했던 것일까요?



<등대로>는 시작하는 초반부터

등장인물이 약간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가족의 가장) '램지'는

죽어가는 고등어를 발로 짓이기며,

"우리는 모두 외롭게 죽어간다."라고

읊조리는 괴팍하고 이중적인 사람입니다. _p146

램지는 아들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낙담을 시키곤 했는데

가족+손님들이 '외딴섬의 등대'를 찾아가기로 한

약속에도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실망시켜 버립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가정 속에서

램지의 부인 역시 감정적 고통을 호소합니다.

(아마 화병이 아니었을까요 ㅠ)

끊임없이 아이들을 달래고

성정이 불안정한 남편을 보살피고;;

여자라는 이유로 (아마 엄마여서)

이것저것 원하는 아이들마저 부담이 됩니다.

어느 정도냐면

'감정으로 가득 찬 스펀지에 불과하다'라고

느낄 만큼 위험해 보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제1차 세계대전 후

램지 부인과 가족 중 누군가는 죽습니다.

그렇게 황폐해진 그들 중에 램지는

오히려 변화를 맞이합니다.

등대를 가려고 가족을 찾아온 것이죠.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들들도

변화를 느낍니다. 어린 시절 불평만 하던

아버지가 어느덧 노인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이해할 만큼 컸고

고집불통이었던 램지도 아이들에게

칭찬하며 다가갑니다.

가족 이야기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바람'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 모두 행복하고 싶은 희망!


<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밌게 잘 읽었지만

글자가 조금 더 진하고 선명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아요..


<올랜도>와 <댈러웨이 부인>은 영화도

있어서 감상해 볼 생각입니다.

<올랜도>, <등대로>는 각각의 온전한

작품으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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