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고딕 성당에 푹 빠졌던 시간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
강한수 지음 / 파람북 / 2023년 12월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것 같아요.

유명한 성당을 직접 찾아갈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많이 만나보고 있는데요, 이번엔 제가 좋아하는

고딕! 성당을 가득 담은 책을 만나보았습니다.

강한수 저자는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사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책은 건축에 대한 전문용어와

한눈에 알기 쉬운 구조도가 사진과 함께 실려있습니다.

#건축과철학의만남

건축의 문외한인 제가 봐도 고딕 성당의 역사와

지어진 배경의 문화를 읽기엔 부족함이 없었지만

건축에 대해 잘 아는 분이라면 더더욱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딕'은 게르만족의 하나인 고트족을 가리키는

'고트인의'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고딕이 고트족에서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고딕'과 '고트족'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고딕'이라는 이름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인들이 이 양식을 두고

게르만족의 세련되지 못하고 야만적인 것이라고

경멸하면서 붙인 것인데, 계속 사용하면서

후대에 공식 명칭이 되었습니다. _p8

아니 이거 실화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좋아하는 그 고딕이 세련되지 못하고

야만적이라니요! 오히려 더 격식이 차려진

뭔가 엄격한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너무 충격입니다.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설명으로

위로를 하면서 고딕의 기초 지식을 읽고

초기 고딕의 성당들과 건축의 한계를 넘어

다양하게 발전하는 형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딕건축과 스콜라철학의 동시 발생을

설명하면서, 고딕 건축을 시작한 사제이자

수도자이며 건축가였던 '쉬제'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어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지만 뛰어났던 그는

생드니 수도원에서 동갑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가 20년 후에 프랑스 루이 6세가 됩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며 수도원 개혁을 하고

생드니 대성당을 완공하였는데

영적인 빛으로 성당을 가득 채우기 위해

천장을 높이고 창을 넓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성당은 천장의 하중을 얼마나 지탱하고

견디느냐가 관건이었던 쉬제를 중심으로 한

건축가들이 '리브'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초기 고딕 성당은 구조적 발전을 거듭하여

전성기 고딕을 맞이하고

생드니 대성당 2차 증축을 할 당시엔

후기 고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각각 수많은 성당의 사진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사실 저는 책에 실린 사진만 보아도

성당의 경건함과 성스러움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뒤에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유명한

고딕 성당이 나오는데

영국의 글로스터 대성당은 화재로 목조 건축

대부분이 소실되어 수직 양식으로 증축하게 되었는데

뭔가 거대하면서도 조금은 복잡한? 느낌이 듭니다.

장식의 독창성이 훼손된 부분은 안타까웠으나

이곳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촬영지로 유명한

대성당의 클로이스터(안뜰을 둘러싼 회랑)에는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펜 볼트가 남아있다고 하네요.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독일 쾰른 대성당은

아미앵 대성당의 높이를 넘어서기 위해

무려 100년 후 천장고를 건축했다고 합니다.

높이를 중요시했다는 점도 재밌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단점을 보안한데다

그 당시 최신 유행의 장식도 수용하여

독일 최고의 고딕 성당이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하네요.

동방박사 유골함은 처음 봤는데 신기했어요.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도, 사진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스테인드글라스도

넘넘 많은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