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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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과 가스라이팅의 절묘한 범죄를

사이코패스의 심리로 잘 표현한 소설입니다.

결말의 충격이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ㅠ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마쓰바라의 냉정하고도 차분한 상태가

끔찍하고도 소름 돋았습니다.

(주의: 후반부 스포가 일부 있음)

마사지 숍에서 근무하는 '사쿠라'는

순수한 미소를 가진 20대 여성입니다.

자신은 최선을 대해 고객을 상대하지만

전 직장에서도 할배 스토커가 문제 되어

마사지숍으로 직장도 옮기고 이사를 했어요.

왜 상대가 오해할 여지를 주냐는 소리까지

들었기에 사쿠라는 항상 조심하려고 합니다.

(마사지 특성상 신체가 일부 닿을 수밖에 없기에)

하지만 손님 중에 준수한 외모와 매너를 가진

'마쓰바라'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은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는데

한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을 만큼

흡입력이 상당히 높습니다.

사쿠라는 우유부단하며 거절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마쓰바라와의 만남을 거듭할수록

일방적으로 복종하고 지배 당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부분이 아마 답답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저도 거절을 딱 부러지게 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사쿠라의 곤란한 상황에 공감이 되더라고요ᅲ)

마쓰바라는 사귀자마자 결혼을 전제로 강요하고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감시를 하기 시작합니다.

남성 연락처 삭제, 위치 보고하기, 말대답 안 하기,

메시지에 곧바로 답장하기 등등

(그녀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폭행 등등)

결국 그녀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헤어지자는 통보의 문자를 보낸 후 잠수합니다.

한편, 마쓰바라는

그녀의 이별 통보를 믿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가진 척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사쿠라는 운명인걸요.

(물론 이 미친놈 혼자만의 착각)

사쿠라의 집 열쇠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집착과 분노, 도망쳐도 끝까지 추적하기,

사쿠라가 자신을 배신하고 남성 동료와

사귀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몰래 집에 들어와서 상황을 살펴보기도 하고,


어쩌면 협박을 받아 강제로 자신과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은 아닐까.... 전전긍긍하면서

사쿠라의 배신을 의심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쓰바라의 내면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다가

우주 밖으로 뚫고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고

더 이상 스토커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습니다.

배신+ 모멸감에 사로잡혀

완전히 돌아버립니다.


사쿠라는 다행히 도와주려는 지인이 있었고

그중 직장동료(외모는 별로지만 친오빠 같은)

'이케다'가 큰 힘이 되어 위로해 줍니다.

그제야 이 남자를 진짜로 좋아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되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벚나무 길은 봤어?"

"어디에 있는데요?"

그 순간,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방안에 주먹만 한 돌이 데굴데굴 굴러들어 온다.

이케다 선생님은 전화기 너머로 뭐라고 말을 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등 뒤에서 나를 뒤덮듯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바다 냄새가 난다.

뒤를 돌아보자 커튼이 바람에 날아올랐다.

방금 닫았던 창문이 열려 있고, 베란다에....

... 뒤에는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달이 빛나고, 벚꽃잎이 흩날린다.

바람을 타고 꽃잎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벚나무 길은 어디에 있는 걸까?

_p420

과연 사쿠라는 마쓰바라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이 서로를 오해하는 시점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아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령 사쿠라는 마쓰바라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에도

연락처를 삭제하지 않고 메시지도 꼬박꼬박 읽습니다.

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요.

이렇게라도 받아주어야 상대가 모든 아쉬움을

풀어내고,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한 자신의 미안함을

덜어낼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ㅠ

하지만 마쓰바라는 '이것 봐 역시 읽어주고 있어'

'역시 나에 대한 마음이 있고 누군가에게

나와 헤어지라는 협박을 받는 거구나'라는

오해를 하며 더욱 확고하게 사쿠라를 찾아다닙니다.

이런 사쿠라의 생각과 행동은 이해가 안 갔지만

지금도 스토킹 범죄 사건이 나오는 뉴스를 보면

일부 경찰의 허접한 대응 또한 이해가 안 가고

피해자의 방심과 행동이 이해 안 가는 사건도 있고

이해 안 가는 일이 다반사 입니다.

살아온 환경과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지 소설의 억지 설정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마쓰바라의 과거만 봐도 그 역시 성장과정이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으니까

범죄자의 상처? 나 아픔은 안타깝지만,

전혀 공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밌다고 하기엔 마음 아프지만ㅠ 재밌어요.

스토커의 내면을 '결말의 결말까지'

치밀하게 보여주는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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