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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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사랑해도 되는 사람,

남 등쳐먹는 사람,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을 사람들,

얼굴에 낙인 같은 것이 찍혀 있다면 좋겠다...

라며 일기를 쓴 이태제 작가는

교직에서 일하며 틈틈이 쓴 소설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범죄가 사라진 2035년.

과연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아프리카 남단에 떨어진 운석에서

푸른 살 '포자'가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인류는 방역에 실패한다.

그것은 인간의 뇌에 기생하며

숙주의 폭력성이 드러날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신체에 푸른 살이 번져나가서 결국

'청나무'로 변해 죽음에 이르른다.

가끔은 멋대로 살고 싶을 때가

있었겠지만 그때마다 난폭한 욕망을

꾹 억눌렀을 것이다.

진심 어린 도덕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고통받고 싶지 않아서일 테지만. _p11

경찰 '드레스덴'은 청나무가 되기 직전이다.

직업상이라 해도 폭력을 동반하면

푸른 살은 누구도 용서치 않았다.

그래서 경찰들은 억제제를 받지만

드레스덴은 거부하는 중이다.

푸른 살이 창궐한지 60여 년이

지난 현재, 인간은 정말 도덕적으로

진화했다고 할 수 있나?

레미는 인간이 폭력을 저지를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악행을 아무리 저질러도

빨리 죽지 않는 인디고들을 보고 있으려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푸른 살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_p74

이 소설은

청나무를 제거하는 휴머노이드 '레미'가

청나무로 변한 죽은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던 소년과 함께 누군가에게

납치되면서 급박한 흐름을 보인다.

전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의 대결 구도는 익숙했지만

미래의 독특한 사회구조는 흥미롭고

괴기스러우며 잔인해서 몰입감을 준다.

정체 모를 '푸른 살'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범죄 없는 세상'이라며 극찬을 하는 반면,

푸른 살이 조금이라도 돋아난 자들은

악인 or 범죄자 취급을 당해왔기에

자유를 주장하며 범죄도 서슴지 않고

정부에 맞서기 때문이다.

부유한 이들은 인간의 신체를 버리고,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기꺼이 포기했다. 기계 몸통은

영원히 새것일 수 없기에 주기적으로

수십억에 달하는 새 몸통을 사야 했다._p75

세 명의 탈옥수가 등장하는데

'아이버스터'라고 불리는 남자는

대량 학살자, 세기의 악마라

불리며 추앙까지 받는다.

....2억 명이나 죽였는데도 말이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가 되니

이만 접기로 하고

결말은 시원하면서도 안타깝고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기도 했다(?)

사람이 푸른 살에 지배되어

청나무로 변할 때, 가장 마지막까지

둥그런 형태로 남는 '인간의 머리'를

잘라서 뇌를 보관하면

나중에 휴머노이드의 몸에

이식하여 죽지 않는 존재가 되는 장면이

영화처럼 기억에 남는다. (끔찍)

독자의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무게감 있는 주제는 덤.








이벤트 당첨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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