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끝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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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딩씨 마을의 꿈>이라는 작품이었다.

공포스러울 만큼 잔인한 정서와 끔찍한 서사를 잘 표현해서 인상적이었다.

그 후로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중국 작가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번에 나온 신작은 이미 오래전 쓰인 작품이지만

중국에서는 금서가 되어 볼 수 없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작품을 만나게 되다니 넘 반가웠다.


<그해 여름 끝>, <류향장>, <한쪽 팔을 잊다> 요렇게 3편이 들어있는데

첫 번째가 군부대에서 벌어진 자살을 주제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주인공은 두 남자다.

부대 대장이 되고 싶은 중대장 '자오린'과

교도원이 되고 싶은 지도원 '가오바오신'이다.


각자의 시골, 도시 출신과 더불어 엇갈린 입장이 흥미롭다.

1979년 베트남 전쟁에서부터 이어진 강력한 결속력과

죽을 고비를 넘기며 단단한 맺어진 파트너였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었지만,

군대에서 총기 분실 사건이 터지면 관계는 틀어진다.

게다가 취사병 '샤를뤄'의 죽음까지 더해진다.

군부는 발칵 뒤집혔고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자오린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샤를뤄의 죽음이 자신과 지도원에게만 연관된 일이 아니라

대대장과 교도원, 연대장과 정치위원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_165p


아내와 자식을 도시로 데려오는 것만이 목표였던 자오린과

베트남전의 참혹한 후유증으로 악몽을 꾸며, 진급을 원하는 가오바오신은

둘 중 하나는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태가 왔다는 것을 직감한다.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던 두 사람의 심정 변화!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는 그 들의 대화를 통해 뚜렷하게 드러나는

중국의 불합리한 현실이었다.


작가는 모두 허구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해결하기 어려운 그 시대의 상황이

먹먹하게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두 남자의 운명은 스포이니 여기서 접기로 하고,

나머지 단편 중에서는 <류향장>이 더 기억에 남을 듯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자는 창녀가 되고 남자는 뚜쟁이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자기 혀로 남의 똥구멍을 핥는 일이 있더라도 시골로 돌아오는 것은 일체 허락되지 않았다.

누구든지 반년도 안 돼서 시골로 돌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4,000위안의 벌금을 내야 했고, 한 달이 채 안되서 돌아오는 사람은

5,000위안을 벌금으로 내야 했다. _293p


류향장은 아가씨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아버지가 딸을 질책하는 듯한 잔소리도 잊지 않았다.


"참고 견딜 줄 알아야 사장이 돼서 다른 향이나 현에서 온 아가씨들을

밑에 거느리고 몸을 팔게 할 수 있는 거야. 참고 견딜 줄 알아야

방금 우리 앞에서 고약하게 침을 뱉었던 경찰 놈을 정리할 수 있는 거라고.

너희들이 경찰 부부를 헤어지게 하고 집안이 망하게 한 다음,

대신 그 경찰의 마누라가 돼서 그들이 평생 좋은 세월을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거지." _298p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 '현실적인 작품',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인정한다.


딩씨 마을에 이어 놀라운 작품이었다.

흡입력 있는 문장 덕분에 하루 만에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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