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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의 의자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첫 번째 이야기부터 빵 터지게 만드는 작가는 대체 ㅋㅋ
<복숭아 통조림>을 재밌게 봤지만, 큰 기대는 없었는데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전편에서 복통으로 병원에 갔을 때 엉덩이에 구멍 난 바지를 입고
원숭이 이야기를 하던 작가는, 이번 편 첫 소재로 치질을 가져왔다.
마법의 치질 연고를 맹신하며 마음 든든해하던 모습도 재밌었지만
배탈을 음악에 맞춰 묘사한 부분은 넘 웃겼다.
모르는 음악이면 그러려니 하고 넘길 텐데
이건 거의 전 국민급이라 저절로 재생되는 바람에
'풍림화산'이라는 표현과 함께 큰 웃음을 선사해주었다.ㅋㅋ
전편에서 무좀을 고쳐서 반응이 좋았다던 찻잎에 이어
이번엔 치질에 좋은 삼백초가 등장한다.
<도미 한 마리>에서는 과연 어떤 요법이 나올까.ㅎ
작가는 작심한 듯, 인도 여행 썰을 풀어놓았다.
좋은 점 0이라는 깨달음과 타지마할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곳에서 겪은 일들은 하나같이 코믹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 작가에게 끊임없이 '채찍'을 파는 소년 이야기는
먹던 아이스크림을 뿜게 만들었다.ㅋㅋ
그런데 이 타지마할 앞에서 물건 파는 사람들이 어찌나 집요한지
나는 이상한 채찍을 파는 소년에게 한참을 쫓겨 다녔다.
채찍 따위 타지마할과 아무 관계도 없지 않은가.
내 얼굴이 채찍을 갖고 싶어 하게 생겼나.
나는 채찍 장수를 뿌리치고 타지마할 안으로 들어갔다. _67p
'대환장' 인도 여행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채찍 소년도 저기서 끝이 아니다)
길을 물어 모두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출발했으나 거짓말이었다던가
여행 가이드가 운전사와 가격 흥정에 실패하고 (50엔 차이로)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던가...
작가 부부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택시를 타고 싶었했다ㅋ
<여기서 문제는?>
그들이 갠지스강의 '붉은 노을'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는 점!
앞장서서 가던 오아사 씨는 흘끗 우리 쪽을 돌아보더니
"아~, 곧 해가 지겠네요, 서둘러요. 달리세요!" 하고 소리쳤다.
무슨 소릴 하는가, 이 사람은.
뛰어가는 오아사 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더는 이 사람하고는
못 다니겠다는 한탄과 함께 설움이 북받쳤다. _64p
그리고 그들이 건너려는 다리는
평범한 다리가 아니었다. ᄏᄏ
가장 인상 깊었던 페이지가 있다.
TV 애니메이션으로 3년간 계약했던
<마루코는 아홉 살>에 얽힌 비하인드(?) 중에서
작가로서 당당하게 밝히던 그녀만의 '굳은 의지'였다.
창작자는 그 창작물에 대해 전부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작가의 손바닥 위가 아니면 안 된다.
그것이 바로 틀이다.
작가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작품은 어설프기 그지없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뼈에 사무치도록 그 중요성을 깨달았다. _124p
재밌다.
그저 가볍게 읽고 넘기는 코믹 에세이라고 하기엔
돌이켜보는 추억과 배울 점도 많은 작품이다.
마지막 남는 <도미 한 마리>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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