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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통조림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일상 에세이는 어떨까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유쾌하고 코믹했다.
작가가 고등학생 때부터 결혼 후 일상이 넘 친근하다.
무좀이라던가 시식코너만 노리는 사람들, 바바리맨, 해외여행,
바구미 밥, 바닥이 없는 목욕탕, 일본장수도롱뇽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마사지를 받으러 가서는 아픈데도 아프다고 말을 못하거나
손님이 없는 매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매상을 올리기 위해
5년간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아주머니에게 로열젤리를 권하기도 한다.
결과는 예상외로 성공(?)
나는 로열젤리의 힘에 놀라서 얼른 가게에 있는 사은품을 두 알 꿀꺽 삼켰다.
벌의 똥구멍에서 나온 이 진액에는 생명의 원천이 응축돼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묘하게 힘이 끓어올라 무거운 상자를 의미도 없이 옮기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남발했다.
문득 보니 부모님이 진열대 너머에 서 있었다. _37p
딸의 모습을 짠하게 보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며 애잔함(?)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작가는 부모님을 보자마자 장사 근성에 불타서 상품을 팔기 시작한다. ㅋㅋ
일본스러운 표현이라고 해야 할지, 문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표현력이 웃겨서 자주 웃음이 났다. 복통 일화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욱신욱신, 심장이 배로 이동했나 싶을 만큼 역동적으로 아팠다.
그 무렵, 나는 전문대에서 스토아학파에 관해 막 배웠을 때여서
'이런 육체적인 아픔 따위야. 진정한 나는 육체를 초월한 곳에 있어.
통증에 나를 빼앗겨서는 안 돼. 이런 가짜의 내게....... 우읍'
하고 핏줄을 세우고 땀을 흘리면서 통증을 잊으려 했지만
스토아학파도, 진정한 나도 겨우 2분 만에 튀어나가고
내 몸은 복통에 지배당했다. _86p
이후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서 엉덩이에 구멍 난 바지를 입고
자신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작가는 대체 ㅋㅋ
곳곳에 손그림도 있어서 더 재밌었다.
일본의 문화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모습이 '뭉크'를 닮아 보여서 웃음이 났고
슬픔보다는 유쾌한 설명이 더 강했던 내용이었다.
(엉뚱한 작가의 솔직함인가 싶기도 하고ㅎㅎ)
그 궁상스러운 남자는 내 인사 따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어어, 그래" 하더니 그대로 자기 일을 계속했다.
옆얼굴을 자세히 보니 코털이 몇 가닥 삐져나와 있다.
<첫 출근 개그 담당 직원이 된 일화 중>_121p
아무리 그래도 그 살인적으로 뜨거운 욕탕은
그런 첨단 시설 목욕탕에서 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 걸까.
나는 이 의문을 목욕탕 좋아하는 친구에게 던져봤다.
그랬더니 친구는
"목욕탕에는 손님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이 있어."
라고 했다. _158p
코믹한 일상이 재밌어서 후루룩 읽었다.
분명히 한 권을 봤는데 뭔가 이대로 끝내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맨 뒤에 나오는 '그 후의 이야기'와 '즐거운 후기 대담'이 나와서
마무리까지 꽉 채워서 본 기분이 들었다.
일상 에세이라 공감도 많이 되었고 진짜 이 작가 엉뚱하네.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일상의 소소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코믹하게 그려내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다니.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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