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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1896년 2월, 백인 남자가 끔찍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시체의 겨드랑이에서 허리까지 갈비뼈가 톱으로 잘려있었고,
측면을 둘로 나누어 근육과 뼈를 가르고 흉골까지 절단이 된 상태였습니다.
다음은 칼로 바뀌어 목부터 어깨, 명치에서 갈비뼈를 따라 허리까지...
열린 흉곽으로 보이는 것은 '허파'가 사라진 자리였습니다.
피투성이 객실에 모인 사람들은 (주인공이자) 경무관인 '재익'을 포함하여
영국 총영사, 일본 영사까지 다양했어요. 재익은 사체 훼손 시각과 방법을
조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12개의 갈비뼈의 절단면이 너무나도 깨끗하다는 사실이었죠.
마치 자신이 살다 온 2061년 미래의 전기톱 같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수 없이 인체를 톱질하며 손에 익힌 기술처럼, 신체적 기억이 담긴 솜씨다.'
그리고 문득 주변 사람을 돌아보며 생각합니다.
이곳에 있는 누군가가 범인이 아닐까 하고.
이 책은 2061년 미래가 배경입니다. 인공지능이 무척 발달한 세상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인간과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최악'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역병'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예측된 것입니다.
<치사율 55~95%, 예상 감염자 65억 명. 인류의 멸망을 야기할 바이러스>
유일한 해결책은 과거로 돌아가서 살아있는 표본을 가져오는 것뿐이었고
당첨된 남자가 바로 '재익'이었어요. 백신의 운명이 그의 손에 놓입니다.
'탐사 기술은 뉴런의 전기 신호를 복사해서
과거에 살던 다른 인간의 뇌로 전송하는 기술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은밀한 부탁'을 받게 된 그는 단호히 거부하지만,
2049년 핵 전쟁으로 초토화된 서울에서 잃어버렸던 '가족'을,
역사를 바꿔서 되찾을 수 있다는 말에 탐사를 받아들이고 마는데요,
상대는 '탐사자는 역사에 개입할 수 없다'는 금기를 넘는 '예외'를 언급하며
'이도의 무지개'라는 완전 방역 시스템의 문제를 알립니다.
프라이버시도 존엄도 없는 감시망이자 독재라는 것을요.
인간어와 동물어, 기계어를 아우르고 언어와 소음의 경계를 허무는 '이도 문자'는
세종 이도가 1443년에 만든 훈민정음입니다. 미래의 전세계 도시에서 사용되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전제도 깔려있어서 뿌듯했어요.
남자들 보다 더 적극적으로 시신을 부검하던 여인과 그녀에게 얽힌 또 다른 여인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타임슬립, 엽기적인 살인 사건등 흥미진진한 요소로 가득합니다.
아직도 소개하지 못한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 밝히면 스포가 되니 이쯤에서 마무리할게요.ㅎㅎ
한글의 우수성에 또 한번 자부심을 느끼는 소설 <2061년> 재밌게 잘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