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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일 침대맡 미술관 -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
기무라 다이지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루브르미술관'의 작품을 감상하다가 잠드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6천 점이 넘는 그림 중에서 선별된 63점의 회화를 모아놓은 책이었어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플랑드르, 네덜란드 각각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보는 것이 아닌 읽고 이해하는 미술'의 관점에서 보았는데요,
13세기부터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서로 다른 뚜렷한 특징과 문화 시대 배경이 재밌었어요.
대부분 신화와 종교를 품고 왕족 위주로 그려졌는데, 나중에서야 서민의 모습을 담은
풍속화, 풍경호, 정물화가 환영을 받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화려하고도
엄격한 작품들이 먼저 나오기도 했지만,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책의 구성이 복잡하지 않았던 점도 침대에서 보기 좋았던 장점 중 하나였어요.
왼쪽에 그림, 오른쪽엔 설명 <<요렇게 단 두 페이지로 한 작품이 끝납니다.
가장 재밌게 본 건 이탈리아 회화였어요.
진지하고도 숭고한 그림 <성 세바스티아누스>입니다.
3세기에 군인 신분이었던 세바스티아누스는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끝까지
신앙을 버리지 않은 탓에 화살로 처형을 당했다고 해요.
그런데 작품의 의미를 넘어 화가 '만테냐'에게 집중한 설명을 보다가 그만 웃음이 났어요.
궁정화가였던 그는 냉철한 리얼리즘으로 유명해진 만큼, 극리얼리즘의 묘사로 인해
후작 부인도 초상화 모델이 되길 꺼려 했다고 하네요 ㅎㅎ
다음은 <성모의 죽음>이라는 작품입니다.
바로크 회화의 창시자인 '카라바조'는 강렬한 사실주의와 명암법을 사용했는데
성모의 죽음을 표현할 때, 고상한 초인의 면모를 부각시키지 않고 오히려 정반대로
현실의 사체 모습 그대로를 그렸다고 합니다. 모두 충격을 받았겠죠?ㅋㅋ
감히 성모의 맨발을 드러내고 피부색을 죽인 데다 몸까지 부풀어져 있는 상태였거든요.
결국, 교회가 수취를 거부하는 사태에 이르고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루이 14의 소장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켄타우로스 네소스에게 납치당하는 데이아네이라>도 작품을 볼 땐 모르다가
설명을 보고 웃음이 났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그림을 보면 여인이 납치당하는 장면을
긴박함과 역동성이 넘쳐요. 심각하죠. 누군가 빨리 나타나서 도와줬으면 하는
절박함마저 느껴져요. 그런데 설명은.... '난폭한 괴물조차도 발레를 하듯이 우아하게 이상화'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ㅎ
의외로 '예술 후진국'이었다는 프랑스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궁정이 자주 바뀌는 통에 실내장식의 그림이 적었고, 회화의 발전이 늦어졌다고 합니다.
프랑스 혁명으로 퇴폐적이라 여겨졌던 로코코가 비판받고,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민들은 전통적인 고전문학과 중세 역사물을 좋아하면서 감성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서도 웃음을 자아낸 작품이 있었다죠. <샤를 7세의 초상>입니다.
참고로 웃음 포인트는 개인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그림의 주인공 샤를 7세는 백년전쟁을 종결시켰으나 은인인 잔다르크를 외면하며
비겁한 왕으로 여겨지지만 그림 속 표정에서는 그런 성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으나
그림 속 얼굴을 보자마자 비겁한 느낌이 드는 건 뭘까요ㅎㅎ

가까이에서 보면 거칠지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수록 진가가 보이는 스페인 왕녀
<마르가리타 공주>의 초상화는 꼭 직접 가서 보고 싶고요,
역사화에만 허용되던 크기의 대형 화면에, 신화처럼 거창하게 그려진 '앙리 4세'와 '마리'
<마리 드 메디치의 생애: 리옹에서의 왕과 마리 드 메디치의 만남>도 보고 싶어요!
이 외에도 많은 작품의 수다를 떨고 싶어서 아쉽지만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복잡하지 않고 쉬운 구성이라 스트레스도 풀고 미술작품에 대한 지식도 쌓고,
재밌게 봤습니다~

#도서협찬으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