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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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총'에 맞은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꿈에서 낯선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최고의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남자의 목덜미에 주사기를 꽂아 넣는다. 바로 이 주사기가 기억의 총이었다.


꿈을 깬 남자는 화면을 바라보며 10년 전에 꾼 그 꿈을 떠올렸다.

도무지 멈추지 않는 '온갖 기억'을 멈추게 하는 법을,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화면에서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상대는 이 모든 것은 당신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한다.

남자는 화가 났지만 그러한 꿈이 자신의 탓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화면은 또다시 바뀌며 한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매일 한 가지 기억을 쓰면 됩니다. 당신의 나이만큼 글을 완성했을 때,

기억들은 당신의 명령에 복종하게 될 것입니다.

그 기억을 쓰는 동안 고통을 마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건필을 빕니다.


  ㅡ기억의 총(혹은 주사) 퇴치법 개발자 '라'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남자가 아니다.

자신의 꿈속에서 이 남자였던 것에 곤혹스러워하는 여성 = '나'이다.

남자가 누군지 모르는 나는 앞으로 풀어나갈 49일간의 기억을 기록해야 한다.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고통을 멈추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49개의 기억들은 여성의 1인칭 시점으로 이어진다.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그미) 그리고 언니가 있다.

어려서부터 줄곧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가, 사업 실패와 사고를 입은 아버지 또한

자신이 하려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녀의 가장 큰 아픔은 그미다.

시종일관 그미의 욕, 폭행, 악담이 끊이질 않는다. 언니 또한 만만치 않다.


성장 소설처럼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며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펼쳐진다.

답답하리만치 온갖 나쁜 일이 덮치기도 하고, 희망과 꿈이 무너지기도 한다.

읽다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에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다. 연이은 결혼의 실패...

이렇게 광풍처럼 몰아치다가도 조금씩 숨이 트인다.


어느덧 성인이 된 딸에게 자신 역시 그미처럼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어머니이자 괴물이었던 그미를 사랑한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라'의 정체는 직접 찾아보셈 ㅎㅎ



출구를 향해 힘겹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그녀를 응원하며 봤다.

주인공의 기억 속 여정을 함께 하며,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

빛을 찾아서 다행이었다.

'푸른 침실로 가는 문'이 보여서 다행이었다.

 

 

 

 

 

#도서협찬 으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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