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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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부터 말하자면 '인간미'가 있는 책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으로서

양심적이고도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도

몇 년이 지나서야 겨우 용기를 내어 쓸 수 있었다는

<모든 게 문제투성이였다>와 <마지막 바닥>이었습니다.



비록 의사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은지 가정환경과 은지의 우울한 삶도,

이비인후과 과장님의 수술 실력도,

어떻게든 환자를 빨리 퇴원시키도록 몰아가는 포괄수가제도,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한국 사회와 의료 문화도

내가 바꿀 수는 없다. _213p



의사라는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스스로 만든 저울' 앞에서

끊임없이 기울고 흔들리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이 정도로 적나라하게 민낯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야말로

브런치 조회 수 100만의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리에서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한 의사를 보았다.

그런 의사의 생각을 모른 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말에

의사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울었다.


그날 그곳에서, 그는 차마 보고 싶지 않았던

한 인간의 바닥을 보았다. _99p



책 표지가 무겁고 어둡게 나왔지만,

이 책은 평범한 의사로서,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진료하며 느꼈던

반성과 후회, 결코 잊지 못했던 순간들과 재밌는 일화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환자의 말을 분류해 놓은 내용도 흥미로웠는데요

'진료에 도움이 되는 말', '쓰잘데기없는 말',

'거짓말', '결정적인 단서'와 '숨기거나 말하지 않은 사실' 중에서

추론하고 범인을 찾는 심정으로 추리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탐정처럼 잘 포착해야

놓치지 않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외국인이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번역기를 이용해가면서 진찰을 했는데

그 후부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환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해요.ㅎㅎ



"What is it? (이거 뭐야?)

"Korean word, mouse nipple." (한국말로 쥐젖)

"?"


       - <백인 2> 중에서_240p


 


상황에 따라 시시비비를 따지는 딱딱한 이야기가 아니라

양심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말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었어요.


병원과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시선이나 마음가짐,

의료사고가 터질까 봐 걱정스러워하는 마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책임에 대한 부담감

검사하라는 말을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 등등

'상대의 입장에서 보라'는 말이 딱 맞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오는 엄마의 일화도 재밌었는데요, 

두 사람이 원수 같은 사이도 있고, 친구도 있고,

타인처럼 폰만 들여다보는 관계도 있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답답한 엄마의 경우도 있어서 아이가 불쌍했어요.


저자 또한 이러한 부분이 걱정되어 보호자의 과도한 개입을 막고

아이의 눈을 보면서 질문하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진심이 담긴 진정한 의사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의사들이 군대에서 모이면 어떤 일 있는지,

의사의 부모님과 지인들은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의외로 거의 없음)

와 같은 소소한 일상도 있고 여전히 탁상공론에 멈춰있는

답답한 의료계 현실이지만 <골든아워> 이국종 교수님처럼

일생을 헌신하는 분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인에게는 이미 선물했고,

다른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도서협찬 으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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