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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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선정 기준'과 '객관성'의 고뇌를 감히 짐작할 수는 없지만

소설을 공부함에 꼭 필요한 전범을 위해, 좋은 단편 선집의 필요성에는

대환이었기에 이 책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죽음의 미학>이라니요.ㅎㅎ 넘 매력적이지 않나요?


이 생의 마지막, 한 사람의 기쁨과 회한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자

찰나와도 같은 짧고도 무한한 그 시간을 미학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로 다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총 9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아직 한 권도 보지 못한 명작들이라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1.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2. 구명정 - 스티븐 크레인

3. 불 지피기 - 잭 런던

4.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 마르셀 프루스트

5. 숲속의 죽음 - 셔우드 앤더슨

6. 크눌프 - 헤르만 헤세

7. 킬리만자로의 눈 - 어니스트 헤밍웨이

8. 앨리스 - 샤를 루이 필리프

9. 마차 - 바이올렛 헌트


가장 재밌게 본 것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었고

가장 충격적으로 본 것은 '불 지피기'

감정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숲속의 죽음'이었습니다.


물론 다른 이야기도 다 재미있고 놀라웠지만

이 중에 제일은 '불 지피기'였어요. 자연의 무자비한 추위에

자만에 찬 한 인간의 오만과 무지의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를

철저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남자를 따르는 늑대개 또한 남자의 공포스러운 절망과 함께

극단적 심리 변화의 매개체가 되는데요, 이 소설을 보는 동안은

저절로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마이너스 50도의 엄청난 추위 속에 한 남자가 걷고 있습니다.

잿빛 하늘에는 해도 보이지 않고, 주변은 온통 새하얀 눈입니다.

그에게는 이곳에서의 첫 겨울이었습니다.

두툼한 옷과 양말 귀마개와 장갑 그리고 모카신까지

단단하게 준비한 그는 과감하게 길을 나선 것입니다.


저녁 6시에 동료들과 만날 시간을 계산하고, 우회로를 따라

자신이 맡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그의 뒤에는 따뜻한 털을

자랑하는 에스키모 늑대개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자와 개는 그 어떤 애정의 교류가 없었어요.

오로지 채찍질과 고함으로만 이루어진 주종 관계였죠 ㅠ


한파 속에서 남자의 손과 발은 점점 마비가 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어느 노인에게 들었던 조언들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추위에는 혼자 길을 떠나면 안 된다는 말과

그것을 비웃었던 자신의 모습도요.


남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변해가는 속에서도

동료들과 만나면 다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의지합니다.

늑대개조차 공포를 느끼는 추위였음에도 말이에요.


결국 배고픔에 먹을 것을 꺼내들지만, 얼어붙은 손과 입으로는

불가했습니다. 남자는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이고 몸을 녹이는데...

따뜻함의 순간은 짧고, 추위는 더욱 맹렬해지며,

가는 길 또한 불분명해집니다.


정신 착란이 올만큼 무서운 추위 속에 남자는 미쳐갑니다.

늑대개는 그래도 주인이라고 최선을 다해 곁을 지키지만

미쳐버린 남자는 그러한 개를 보면서 끔찍한 생각을 합니다.

무조건 개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지배합니다.


불을 피우다 타버린 감각 없는 손은 이미 추위도 잊었지만

개의 배를 가르고 손을 넣으면 온기를 찾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남자와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스포만 아니라면 결말까지 쓰고 싶네요 ㅋㅋ

극한의 추위를 간접경험하고 싶다면 강추합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명작 중에서도 이렇게 주제로 묶인 소설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작품 해설 또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죽음이란 공통적인 주제가 있지만 각자의 작품은 전혀 다른 맛이 있습니다.


실려있는 작품을 다 소개하고 싶을 만큼 넘넘 재밌게 봤습니다!

1권 <사랑의 여러 빛깔>도 보고 싶어요:)


 

 

 

 

 

 

 

 

 

 

 

 

 

#도서협찬 으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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