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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7편의 단편이 모두 인상 깊고 감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어린 왕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어서 좋아한다는 '인터섹스'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놀라움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불편하지만 색다른 맛이 났어요.
성별의 고민으로 이태원까지 가보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에게
그+그녀의 어머니는 우선 좋은 대학으로 가라는 말을 합니다.
정해지지 않은 성별처럼 불안한 미래의 자신에게 답이 없는 의문을 던집니다.
첫 모금을 빨아들였을 때 난 나란 사람의 본성을 깨달았다.
마치 수영장 깊이를 알기 위해 밑바닥까지 잠수한 기분이었다.
곧 숨이 막혀 물 위로 올라왔지만 난 더 깊은 곳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난 더 깊이 갈 수 있었고 더 혼자일 수 있었다.
ㅡ 호르몬을 춰줘요 _14p
성추행으로 오해받은 여성의 진심이 담긴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슬람에서 다뤄지는 여성의 문제와 누가 봐도 추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때의 상황을 조곤조곤 풀어내는 방식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플러스+ 장애인에 대한 불필요한 친절과 관용(?)이랄까. -스포방지-
태어나면서부터 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외침 같기도 해서 무겁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는, '집안 말아먹을 년.'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란 여성입니다.
그녀는 항상 궁금했어요. 무당의 말이 정말일까. 팔자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죠.
우연히 만난 사주보는 여성과의 만남으로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며 상처를 풀어나갑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에게
편하면서도 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나는 비록 내 쓸모가 소품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소품은 소품의 성실함이 있으며 잘 닦인 소품이라면
언젠가 무대 위에 올라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 믿음에 매달려 시간을 흘려보냈다.
ㅡ 에콜 _176p
이어지는 4, 5, 6편의 이야기도 묵직한 여운을 남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마지막 '홍이'는 '저주'라는 단어와 합쳐지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도 났어요.
홍이는 바위도 되었다가 닭도 되고 강아지도 되었다가 사람도 됩니다.
죽으면서 저주를 남겼다는 말도 있고, 예쁜 것만을 일부러 잔인하게 죽이면서
무언가를 이루려는 기묘한 말도 있습니다. << 감이 안 오죠?
하지만 스포라서 자세히 알려드릴 수는 없네요 ㅋ
구병모 소설가의 추천도 있는 책이라서 호기심에 읽었는데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는 읽을 수 없다'
'한번 닿으면 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을....칼날을'
이라는 표현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성소수자 #젠더 #아웃사이더 #시체 #호스티스 #실종
김멜라 작가가 소설 속에서 던지는 의문들이
무심한 편견을 향해 당겨지는 화살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까운 지인처럼 느껴져서 신기했어요.
오감을 이용해서 소설을 읽게 만드는 필력까지.
더운 여름 시원한 블루 칵테일 빛 소설 한 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