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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상 ㅣ 로망 컬렉션 Roman Collection 15
권정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7월
평점 :
한 남자가 만들어낸 찌질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섬뜩한 심리의 세계가 인상 깊은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은 학원 선생님이었는데,
연하 여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죠.
5 센티미터쯤 되는, 길고 가느다란 물체는 놀랍게도 인간의 손가락이었다.
아니 손가락뼈였다. 아니 손가락뼈와 똑같이 생긴 단단한 무엇이었다.
그것이 이짜 뼈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주변의 흙을 더 파헤쳤다.
잠시 후 팔뼈 하나가 다 드러났다. _24p
흙에 파묻혀 있던 그것을 조심스럽고도 고집스럽게 파서
꺼낸 주인공은 그 크기에 섬찟 합니다.
대략 작은 소녀만 한 크기였거든요.
더 경악스러운 점은 '그것'을 자신이 사는 곳으로 가져갑니다.
처음엔 아무 말 없는 '그것'에 감정을 품지 않지만,
자신을 버린 여자 친구와 과거 군대에서 있었던 충격적인 일들
그리고 일상의 일들이 얽혀들면서
'그것'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살아나게(?) 합니다.
주인공 혼자만의 착각인지 아니면 정말 피와 살이 돋아나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반복되는 남자 주인공의 행위(스포 방지)와
소심함을 보면서 이걸 무슨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ㅠ
부정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거예요.
단순히 무서운 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상처받은 주인공의 심리가 만들어낸 무심하면서도
무기력한 허무함마저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연인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거나 상처가 있다면 더욱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에서
<We Will Rock You> 노래가 자주 언급된다는 점이었어요.
결코 밝은 기억이 아님에도 흥이 나는 리듬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모순적인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흘러갔는데
스토리의 전반적인 흐름으로 봐도,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미미상>이라는 곳이 주인공에게 잠시 쉬어갈 안식처가 되고
'그것'이 유일한 품 속이 되는 과정이 그로테스크 하기도 했습니다.
소설과 표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페이지는 많지 않아도, 바닥으로 추락하기를 거부하면서
어떻게든 비상하고 했던 심리는, 저에게는 기괴하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생명을 얻고 잃는 순간까지 잘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에 상원사에서 만난 <십우도>를 소설로 형상화
하고 싶었다는 의도가 나와있어서 더 이해가 갔던 작품이에요.
결국 또 원점일까요? 아니면 그곳에서 벗어난 해탈의 영원일까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로 리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사실 나는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이나 정독했지만
왜 개츠비가 위대한지 아직도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작품의 가치가 열 배는 뻥튀기 되었다고 봐요. _13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