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 열린책들 세계문학 251
서머싯 몸 지음, 이민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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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싯 몸이 실제 스파이로 활동했던

경험을 담아 쓴 책이라고 해서 호기심에 읽어 봤어요.

16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스파이만의 비밀스러운 업무도 있지만, 우정과 사랑 그리고 배신,

어쩔 수 없었던 지령을 따르며 겪어야 했던 고뇌까지.

현대 스파이 소설의 원조이자 고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만큼

재밌어서 하루만에 다 읽었습니다.ㅎㅎ


수년간 영국 비밀 정보부의 신입 요원 교육용으로도 읽혔다고 해요.

원래는 30편이었는데 비밀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 그중 절반이나

파기를 했다고 하니, 독자로서는 아쉽기만 합니다. 



ㅡ 시대는 제1차 세계 대전 1910년대.


주인공 '어셰든'은 영국 작가로서 활동 중이었는데,

어느 날 R 대령이라는 사람에게 비밀 첩보원이 되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락을 하게 됩니다. (왜? ...는 책을 통해 보세요 ㅋㅋ)


어셰든은 다양한 유럽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고

작가로서 여행과 모험도 좋아했기 때문에 그의 직업을 이용해서

각국으로 스파이 활동을 떠납니다.


그 속에서 만났던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첩보 활동보다도 오히려 사람과 사람에 얽힌 사연이나

감정의 흐름들이 더욱 재밌게 느껴졌는데요,

처음 등장하는 R이라는 인물부터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철두철미하면서도 냉철한 일처리를 보면 피도 눈물도 없을 듯한데,

사람들이 모인 곳이나 여성들 앞에서는 얼굴을 붉어진다던가 ㅋㅋ



살인 청부업자, 이중 스파이, 독립운동가와 무용수 여인, 혁명가의 딸 등

만나는 사람마다 전부 개성이 넘치고, 흥미진진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편만 꼽자면 <배반>과 <대사님>인데요,

솔직히 <사랑과 러시아 문학>, <해링턴 씨의 세탁물>, <그리스인>

그냥 다 재밌어요. 고르기도 힘들다능 



<배반>

영국인 '케이퍼'는 조국을 배신하고 독일에 정보를 팔아

R에게 미움을 받는 처지가 됩니다. (R에게 찍히면 그냥 끝입니다;;)

주인공에게 내려진 임무는 그를 회유하는 것이었는데, 실패했을 때는

제거를 해야 했어요. 주인공은 그와 그의 아내하고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제목에서 느낌이 팍 오지요?ㅠ


그런데 묘미는, 그 모든 것이 R이 미리 파놓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주인공마저 속아넘어갈 만큼 자연스럽게

어차피 그러한 결론으로 되게끔 배치되고, 지시가 내려지고,

그와 관련된 정보만 받았던 것이었죠.


남편이 떠나고 남은 아내의 괴로운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은

주인공 또한 주체하기 힘든 감정에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부부가 자식처럼 아끼고 키우던 개가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부인 옆에서 막 서럽게 울고 ㅠㅠ



<대사님>은 단편 중에 가장 의외였던!

대사관의 '하버트 경'은 모든 예의와 격식을 갖춘 남자였는데

우아한 자태에 주인공이 놀랄 만큼 근사했나 봐요.

그렇게 완벽한 남자에게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아내도 있었어요.


주인공은 만찬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의외로 남자 둘이서만

자리를 함께 하게 됩니다ㅋㅋ 정중하고도 적절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하버트 경은 대화 내내 어셴든을 뚫어지게

응시합니다. (아니 이거 뭐에요ㅋ


그리고 그가 지금 말하고 있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가 실은,

하버트 경 본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됩니다.


독자 입장에서 보는 그의 핫핫한 로맨스가 정말 흥미로웠는데

주인공은 의외로 따분한? 이런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거야?

라는듯 심드렁해서 재밌었어요. 웃긴 내용 아닙니다.ㅎ



주인공은 자신이 받은 지령을 행함에는 정에 흔들리지 않고,

감정을 많이 자제하는 성격으로 나오는데요,

한 인간으로서의 동정과 연민, 고민하는 모습도 보여서 좋았어요.


어딜 가나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을 보면

주인공도 호감 가는 외모에 언변을 가진 것 같아요.

그렇게 행동해야 하니까 한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매력도 있었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건보다 인물에 대한 내면의 묘사가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인간의 굴레>도 읽어봐야겠어요 :)


원서와 비교를 한 것은 아니지만 번역도 넘 좋았습니다.



망설이고 계신다면 추천합니다.

맨 끝에 나오는 '서머싯 몸'의 연보마저 흥미로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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