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평점 :
카운터를 손목에 찬 여성들은 하루에 입력된 숫자인 '100' 단어로만 소통을 해야 합니다.
숫자가 넘어가면 강력한 전기 충격이 더해지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말을 한다면
죽음에 이를 정도로 극악한 장치입니다. 어른도 하기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ㅠ
주인공 '진 매클렐런'은 언어 박사였으나, 말을 빼앗긴 후로 살림만 하는 여성으로
전락합니다. 4명의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있었는데 막내는 딸이었어요.
학교에 다니는 딸의 카운터가 '0'인 것을 보고 놀라는 엄마와는 반대로
딸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선물까지 받았다며 자랑을 해요.
앞으로는 더욱 말을 안 하겠다는 의지까지 불태우는 모습에 진은 분노합니다.
"여성은 침묵을 지키고 복종하는 존재이다. 만약 우리가 배워야 한다면,
집안의 가장인 남편에게 물어본다. 신이 정해준 남성의 지도력에
여성이 의문을 제기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_139
사이비 같은 종교적 사상이 통제하는 이곳에서는 오직 남성들만이 결정권을 갖고,
여성들은 과거로 돌아가 조신(?) 한 현모양처의 길을 강요합니다.
그러한 오래전 삶이야말로 문제없이 조용했다면서 말이죠.
하루 100 단어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은 물론 모든 요직을 포함 윗자리엔 남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여성들은 점점 억압과 통제 속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잃어갑니다.
"우리가 겸손과 순종으로 남성에 복종할 때, 모든 남성의 머리 위에는
그리스도가 있으며 모든 여성의 머리 위에는 남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_139
어느 날 대통령이 극비리에 진에게 접촉을 하면서 수술을 부탁하게 되는데요,
이 분야의 최고 자리에 있던 진은 조건으로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이때를 시작으로 조금씩 반란 조직과 사람들을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다시 만나고요 ㅠ남편과의 관계도 참....
말도 안 되는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여성들의 답답한 심정과
아슬아슬한 로맨스, 결과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정체가 흥미진진합니다.
성소수자들의 차별은 이루 말할 수도 없구요...;;
민주적 의사결정이 잘 작동되는 사회라고 해도
넘지 말아야 될 선은 있다.
이 책을 보며, 얼마 전에 읽었던 <동물농장>이 떠오르더라고요.
무관심이 가져온 방관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경각심이 드네요.
'순수 운동'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순수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못해 끔찍합니다.
저자 '크리스티나 달처'는 이론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더욱 실감 나는 통제의 표현과 감정이 느껴졌어요.
자유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던 우리의 과거사도 떠올라,
몰입감이 높았고 충격적이면서도 재밌었어요:) 추천합니다~
결말이 조금 아쉬웠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