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몽테뉴를 또 읽었습니다 - 살기 싫어 몽테뉴를 읽었습니다
이승연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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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안고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몽테뉴'라는

인물을 알았고 그가 16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철학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20년간 자기 자신을 날카롭고 예리하게 들여다보며 써내려간 <에세>가

지금의 <에세이>의 시초가 되었다는 것도요.



몽테뉴가 살았던 시대는 절대왕정이 살아있고 종교 전쟁이 한창인 시기였다고 합니다.

죽음과 삶에 대한 치열한 사유가 느껴지는 문장들이 많았는데요,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어요.

인생의 의미는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ㅡ 나의 삶을 사랑하는 10가지 방법 중

ㅡ 하나. 존재만 하지 말고 살아라.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별을 겪어야 했던 이승연 저자는 고통과 슬픔을 인식조차 못하고

극한의 아픔 속에서 몽테뉴를 만나게 되었다고 해요. 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해야 했던 저자의 심정이 먹먹했습니다. 이 책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고백할 만큼 그의 고민은 또 한번 지난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보고 있습니다.


영화 비평을 하던 저자는 정치계에도 몸담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정치인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견해도 소신 있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야심에는 얼마나 졸장부 같은 비굴함이 있는가. 사람들이 낮고 추한 노예근성을

가지고 야심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보면 재미가 난다. 그러나 마음이 온후하고

정의를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 이 혼란(프랑스 내전)에 처해서 사람을 지휘하고

일을 처리해나가다가 날마다 타락해가는 꼴을 보는 것은 못내 불쾌한 일이다.

오래 겪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릇된 일들을

모방하게 된다.  

                             - 모든 일 중에 가장 위대한 일 _88p



이 책은 첫 장에 몽테뉴의 글이 실려있고 그다음에 저자의 경험과 깨달음이 나오는데요,

해석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편하게 나는 이러이러한 일을 겪으며 이 부분에 공감했다고

느껴져서 읽기 편했어요. 강요나 가르침의 문장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까지는 아니더라도 담백했어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몽테뉴의 <에세>는 은밀한(?) 사생활까지

기록이 되어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책에 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크게 아쉬운 건 아니;;;



일부러 솔직하고 짧게 쓰려고 노력했다. 구구절절 말할 수도 없었다.

'운명'과 '인연'이라는 두 단어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나는 운명처럼 <에세>를 만났고

<에세>를 통해 몽테뉴와 인연을 맺었다. 혹시 내 전생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그에게서 나를 찾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어떻게 그가 16세기 사람일 수 있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아니면 내가 21세기 사람이 아닌 걸까.


                       - 7장.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마라 _183p



저 역시도 몽테뉴의 글을 읽으며 시대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리고 주제에 따라

나눠진 어느 곳에서도 공감을 느끼며 놀라웠어요. 시대를 뛰어넘는 16세기 철학가와 현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잘 어울렸습니다.



'처지'라는 말은 '그 사람이 발 딛고 서 있는 바로 그곳'을 말한다.

신영복 선생님은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그 사람을 이해할라치면 그것은 온전한 이해가 아닌

것이다. 그 사람이 서 있는 곳에 내 두 발을 직접 세워봐야 그제야 그 사람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 불혹과 지천명 사이 _277p



 '사유'를 공명한다는 것이 머나먼 시간을 지나서도 이렇게 가까이 느껴질 만큼

가능하다는 경험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온전한 그대로의

'몽테뉴 수상록'도 읽어보고 싶네요.


몽테뉴를 전혀 몰랐던 저 조차도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맨 끝에 나오는 <함께 보면 좋은 영화>는 10개의 삶의 주제에 맞춰

간단히 소개되어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천천히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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