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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 수업
사쿠라 츠요시 지음, 김영택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철학에 1도 관심이 없었는데, 왠지 좀비가 등장한다니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좀비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소설 스토리 사이사이에 철학을 넣어놨는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모든 철학자가 시간대별로 등장해서
골치 아프게 만드는 책이 아니더라구요. 전 이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니체 등 한 번쯤 들어본 철학자부터
흄, 버클리, 버드 런트 러셀, 루소 등 잘 몰랐던 철학자도 나오지만 유명한
사람들이 전부 쏟아지듯 나오는 전개가 아니고 이론만 잔뜩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철학 책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렸어요.
이 책의 주인공 '히로'와 철학 좀비의 첫 만남부터 좀 웃긴데요,
히로가 절벽에서 sns에 올릴 '익스트림 셀카'를 찍으려고 시도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좀비가 자살하려는 줄 알고 구해주려다가 같이 떨어져 버려요 ㅋ
그리고 좀비를 믿지 못하는 히로를 향해 증명을 하는데;;
"어때, 인간이라면 이런 짓은 못하겠지? 나는 좀비라서 이렇게 눈을 예리한
나뭇가지로 찔러도 아무렇지 않단다."
좀비 선생은 눈구멍 안쪽 깊숙이 나뭇가지를 밀어 넣고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서 안구를 쏙 빼냈다. 그러곤 텅 빈 눈구멍으로 나뭇가지에서 전해지는
고열로 흐물흐물하게 익어가는 안구를 바라보았다.
히로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 소년, 인생의 낭떠러지에서 철학자와 좀비를 만나다 _26
좀비이기 때문에 사람을 먹는다던가 히로에게 건네는 도시락에 사람 팔이
들어있다던가;; 좀비의 피부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 등등 그로테스크함이
느껴지는 표현이 종종 나와서 놀랐어요 히로는 사람인데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요ㅋ
'인간이 탐구하려는 것'은 모두 철학이었다.
그렇게 만난 철학 좀비와 인간 히로는 '인생'과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또 이 부분이 흥미로워요ㅎㅎ
왜 철학을 배워야 하는 물음을 게임에 비유합니다.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공략집이라던가 정보교환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는 것에 비유해서 '인생이라는 게임'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요.
그렇다면 너보다 먼저 인생이라는 게임을 진행했던 이들.
인생 게임에 대해 깊이 분석했던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잖느냐.
전 이때부터 히로에 빙의해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습니다! ㅎ
좀비라는 존재의 어마 무시함과 냉정함에 오싹오싹하기도 하고
철학의 깊이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음미하기도 하고 말이에요.
히로가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좀비 선생의 식사 시간은 무서웠어요ㅠ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허영심은 인간을 수다쟁이로 만들고,
자존심은 인간을 과묵하게 한다."
라고 했다.
sns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히로의 욕구를 설명하면서 나온 말인데
이래서 철학을 배우는구나 싶고 가슴에 뭔가 묵직하게 와닿았어요.
좀비 선생의 설명이 쉽고 재밌어서 철학에 흥미를 갖기 위한 초보자를 위한
철학서로 추천하고 싶어요. 일단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재밌어요 ㅎㅎ
시리즈로 나와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히로는 과연 끝까지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안 알려드림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