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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평점 :
19세기 고전이 이렇게 재밌을 줄은 몰랐어요 :)
시작부터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배고파서 죽을 조금만 더 달라고 했을 뿐인데 ㅠ
권선징악을 담고 있어 감동과 교훈 그리고 마지막엔 사이다까지~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830년입니다. 부패함이 절정에 다다른 산업혁명 시기로도 보입니다.
콧대 높던 귀족의 몰락과 자본주의자의 부흥이 한창이던 시절이었건만 아이들을 이용한
노동력 착취는 마치 끔찍한 악마를 보는듯했어요.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가 아닌
마치 노예를 대하는듯한 학대와 이리저리 사고 팔리는 모습에서 가난한 하층민들의
생활과 영국의 발전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게 되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기 올리버 트위스트에게 옷이 부여하는 힘은 엄청났다. 차라리 달랑 담요 강보에
싸인 채로 있었다면 귀족의 아기인지 거지의 아기인지 아무도 몰랐지 않겠는가!
아무리 콧대 높은 귀족이라 할지라도 담요 한 장에 감싸인 아기라면 어떤 사회 계급의
아기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 터였다. 그러나 이제 누렇게 변색된 낡은 무명옷을
입게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한순가에 계급이 결정되어 낙인찍혀 버렸다.
교구의 아이, 즉 구빈원의 고아로, 늘 배를 곯아 하릴없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경멸 받지만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하는
인생으로 말이다.
- 1장. 올리버 트위스트가 태어난 곳과 출생을 둘러싼 환경의 특성 _18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인이 아이를 낳고 곧바로 죽게 됩니다. 그 아이가 바로 올리버인데
이후로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구빈원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굶주림으로 시달리며
9살까지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런던으로 떠나게 됩니다.
본 적 없는 어머니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던 올리버는 설상가상으로 런던의 범죄자
소굴로 가게 되고, 나쁜 짓을 강요 당해요. 소매치기와 앵벌이를 시키는 두목;;
하지만 천성이 착했던 올리버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ㅠ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낸시라는 매춘부 여성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올리버를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줘요.
낸시는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깊이 찢겨진 이마 상처에서 빗물처럼 피가 쏟아져서
거의 앞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고 앉은 후 품 안에서
로즈 양의 흰 손수건을 꺼냈다. 그러더니 마주 잡은 손으로 미약하나마 높이 손수건을
들고 창조주에게 자비를 구하는 기원의 한마디를 속삭였다.
차마 눈뜨고 보기에 너무나 처참한 광경이었다.
사익스는 비틀거리며 벽으로 물러서서 한 손으로 눈을 가리더니, 무거운 몽둥이를
집어 들고는 낸시를 세게 내리쳤다.
- 9장. 치명적인 결과 _525
원해서 나쁜 일에 몸을 담은 것도 아닌데, 실컷 이용만 당하고 행복함을 누리지도 못한 낸시ㅠ
순수하고 착한 올리버와 함께 인상 깊었던 인물입니다.
힘겹게만 흘러가는 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극적으로 은혜로운 누군가를 만나면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올리버에 대한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고, 결말에 이르러서는
끝까지 선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올리버의 행복을 바라며 따뜻하게 책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태생적 선함, 매춘녀, 유대인 노인 등 계급적 편견이 당연하게 녹아있었던 점은 아쉽기도.
그 당시 영국 사회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만큼 읽는 내내 힘들었지만
암울한 시대를 보며 놀랐던 충격을 보상해주는 감동의 여운이 좋았어요.
19세기 최고의 삽화가가 그렸다는 그림도 곳곳에 등장해서 더욱 재밌게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