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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 슬기로운 군대생활 - 미군부대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배우다
박찬준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슬기로운 군대 생활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되었어요. 카투사에 대한
'카더라'가 워낙 많아서 궁금하기도 했고, 과연 다른 곳 보다 얼마나 편할까 싶기도 하고 말이죠.ㅋ
군대에서 과연 슬기로움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적용이 될까요.
소감부터 말하자면,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기 자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자는 책을 가까이하고 메모를 습관화하며 작가에 대한 꿈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군대 이야기가 재밌었던 일화들과 카투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흥미롭고 훈훈하게 결말까지 이어집니다. 순간순간의 감정이나 반성, 배울 점을 차분히 기록한
일기 같기도 하고 후임에게 겁먹지 말고 도전하라는 응원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논산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가는 길부터가 이 책의 시작인데
동기들과 아무것도 모른 채 역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멘탈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객실 문이 열리자마자 커다란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희망고문을 하고 있던 동기들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한국어가 아닌 욕설이 섞인 영어는 매우 공격적인 어조를 띠고 있었다.
객차 문 앞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미군 군복을 입은 조교들이 병사들의 등을
두드리며 빨리 뛰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들이 입고 있는 미군 군복이 우리들이
입고 있는 한국군 군복과 대조를 이뤄 이질감이 느껴졌다.
"HURRY UP IDIOT! RUN, RUN, RUN!" (서둘러 멍청아! 뛰어, 뛰어, 뛰어!)
- 무성한 소문 속의 KTA _20
선글라스를 쓰고 팔짱을 낀 채 대기하던 미군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정신없이 역 밖으로 몰려나가며, 둥절 두리번거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데요.
영화에서나 보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치는 군인과 뛰어가다 넘어진 동기.
'앞만 보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얼차려를 받고 난리도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멘탈이 탈탈 털렸을 이 상황에, 마침 같은 역에서 하차한 일반 육군 동기들이
이 상황을 보면서 웃었다는 장면에서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ㅋㅋ
약이고 뭐고 가지고 간 모든 물건은 다 버려지고;; (구제하는 방법은 책에 나와있어요)
이후로는 더 고통스럽고 한계까지 다다르는 PT 테스트 등 훈련소의 생활이 이어졌어요.
너무 힘들게 보이는 데다 훈련 중 언어소통이 막혀서 더 혼나는 동기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말이라도 통하는 곳이 낫지 않나 싶기까지 했습니다.
푸짐한 메뉴에 비해 식사시간은 2분 30초! 그 안에 모든 것을 담고 먹어야 합니다.
반드시 물은 의무적으로 2컵을 마셔야 했는데, 그 와중에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고 해요.
신종 고문맞죠?ㅎㅎ 경쟁적이고도 차별적인 훈련 방식이 치사(?) 해 보이기까지 했는데요,
사실을 알고 나니,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고...사람의 심리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급에 대한 것과 왜 공포스럽기까지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왔는데 듣고 보니 이해가 가더라구요.
(그들이 하는 일은 그게 다가 아니였습니다ㅋㅋ)
그리고 우리나라 군대와의 차이에서 오는 사건 아닌 사건들이 정말 많았어요.
초반에 당황해하고 놀랐던 일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도 나오구요.
아마 이러한 설명이 없었다면 카투사는 절대 갈 곳이 아니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ㅎ
영어 실력이 좋다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되지만 조금 모자라도 결국 실력이 늘게 되고
다양한 취미 생활이 가능하다거나 스타벅스까지 있는 시설은 부럽기도 했어요.
저자는 운전 경험이 많지 않았음에도 운전병이 되었고, 이후엔 부대원들의 고민과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하는 시니어 카투사에 지원을 하게 됩니다.
잠도 못자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일이였지만 보람있다고 느껴서 꼭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몰라서가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않아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라는 조언은 수없이 많은 책들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위기 속 책에서 길을 찾다 _346
미리 알고 가면 좋은 부분과 기본적인 처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와있어요.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해하기 쉬운 행동이나 말에 대한 설명도 있었습니다.
고마웠던 분들과 진심으로 따르던 상사에 대한 존경심까지 따뜻한 인간미도 좋았구요.
쓰다 보니 얘기가 길어졌는데, 그만큼 카투사의 일화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이때와 지금은 달라진 점도 있으니 참고 정도로만 봐야 하겠지만,
관심이 있거나 생각 중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에요.
카투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