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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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3명의 여성을 통해 자연재해 속의 피난소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낸 소설입니다.

시작은 동일본 대지진의 '해일 대피 방송'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던 그녀들에게 갑자기 닥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가족들의 생사는 막막해집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피소를 찾아갑니다.


"칸막이를 사용하면 이 피난소의 화합이 훼손된단 말입니다."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그곳에서는 가족이 아닌 사람도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기도 하고 경계하기도 하죠.

가부장적이고도 남성 위주의 방식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행해집니다.

스스로 대표가 된 남자는 이런 때야말로 한 가족처럼 뭉쳐야 한다는 이상한 연대감을

강조하며, 칸막이조차 허용하지 않습니다. 남성도 불편하지만 여성들의 스트레스는

불안감을 동반하며 어린 소녀들까지 극도로 예민하게 만듭니다.



"엄격하기만 해서야 여자를 길들일 수 없다.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거야." 


주인공 중에 한 여성은 '백설공주'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미모를 가진 아기 엄마인데

모유 수유도 마음대로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심지어 남편의 사망으로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의 보호를 받는다지만, 현실은 아주 음흉한 눈길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가장 화가 났던 가족입니다. 아니, 가족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진짜. 아오!!)


두 번째 여성은 어려운 살림살이로 인해 술집에서 일한 과거가 아들의 학교생활에도

지장을 미칠 정도로 소문이 안 좋게 나서 아이는 왕따까지 당하고 맙니다.

진취적이고 활동적이지만 이러한 점으로 인해 소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아들이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서 더 먹먹했어요 ㅠ


세 번째로 가장 많은 활약을 펼치며 피난소 대표가 된 여성은 50세가 넘도록

남편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고 살아온 여성입니다.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도 쉴 수도 없고,

다혈질적인 남편의 눈치를 살펴야만 합니다. 심지어 남편은 도박까지 빠져있습니다.

대지진의 해일이 밀려와서 모든 것을 쓸어간 후, 유일하게 죽었을 남편을 생각하며

다행으로 생각한 그녀지만, 희망은 오래지 않아 어둠으로 바뀝니다.

(남편이 아주 그냥 xxx입니다;;

 


"부녀자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72시간 내에 이 약을 복용하면

임신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집은 떠내려갔지, 일자리는 사라졌지,

남자들도 속이 답답할 테니, 그런 일이 생겨도 어쩔 수 없지요."

 

잠시나마 도움을 받으며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피난소라고 생각했는데...

피임약을 당연하게 나눠주고, 이런 비상시에 남자들이 일을 저질러도 봐달라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게 정말 소설이 아닌 실화였나 싶더라구요.

모든 여성이 힘들었지만 '백설공주'로 불리던 그녀가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도오노가 그 시아주버니와 결혼을 해, 시아버지 수발을 들면서

참고 견디는 생활을 한다고 상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대지진이 일어나고 해일로 모든 것이 사라진 현장을 여러 번 뉴스로 보고 놀랐는데

이 소설은 방송에서 다루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까지 드러내어 더욱 공포와 충격을 줬어요.

실감 나는 묘사로 인해 그녀들의 곁에 있었던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푹 빠져서 봤어요.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비상사태에서의 행동요령이나 준비물도 배웠습니다.

결말은 다행히도 희망이 보여서 다행이었습니다.

 


가키야 미우 작가의 이전 작품 <후회 병동>을 재밌게 봐서 기대감이 있었는데

대만족입니다. 읽고 난 후에도 생각의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의 나약한 심리와 추악한 본성이 리얼합니다.

재난 영화나 소설 좋아하신다면 <여자들의 피난소>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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