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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혼란스럽지만 사실적인 이야기라는 점과 병원 옥상에서 자살을 해야만 했던 인턴의
사연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습니다. 추악한 의료계의 민낯에 얽힌 기묘한
추리 소설쯤으로 기대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초반부터 충격적이고도 부조리한 병원의
실상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정신 줄잡고 읽어야 할 만큼 무게감이 상당했습니다.

미국 일류 병원 '하우스 오브 갓' 그곳에 입원한 환자 중에
'고머'란 거의 자의식을 상실한 상태를 일컫는데요, 제일 큰 특징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겁니다.
그래서 환자의 생각을 알기가 매우 힘들어요. 생 살이 뜯겨 나가는 고통의 의료 사고를 당해도,
인턴 실습 중 '환자 돌리기'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전기 침대 위에 위험할 정도로 높이 올라가도
고머는 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소설에서는 '아아주 조아'라는 말만 하는 환자가 이용되었는데,
설명하던 의사는 그 말을 이용해서 부당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아한다고 표현합니다.
듣고 있던 인턴들은 모두 놀라고 말죠.
할머니 고머에게 어차피 죽지 않는 다며 쉽게 대하면서도, 자신의 할머니는 매우 정상적이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전부 다 쓸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문제점들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두 제정신이
아닌듯한 생각마저 들었거든요. 인턴이 되는 과정도 어이가 없어요 진짜..
1970년대를 기준으로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거의 쏟어지다시피 책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가벼운 속도감보다는 비인권적인 행태와 병원이라는 곳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 유머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애매했어요.
웃긴 부분조차도 환자의 아픔이라던지 모순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에요.
인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호기심에 선택했지만 오히려 너무 솔직해서 무서웠던
책이었습니다.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었기에 더욱 리얼했고 세세한 부분, 의료 종사자가 아니라면
알기 힘든 부분까지도 묘사되어 재밌었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의료 용어는 지금 쓰이는 것도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한 번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꼭 재독할 거예요.
미국 의료 시스템을 바꾸어놓는 계기가 된 소설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고된 업무 환경에 대한 개선도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많은 분들이 식사는커녕 화장실 가기도
힘들 만큼 피로한 환경은, 환자의 입장에서도 원치 않으니까요.ㅠ
이래저래 주저리가 길어졌지만, 제 취향에 딱 맞았던 소설이라는 거~!
솔직하기에 충격적이고, 진실임에도 의구심을 갖게 했던 이야기들.
메디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