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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 딸의 기억
로웅 웅 지음, 이승숙 외 옮김 / 평화를품은책 / 2019년 8월
평점 :
다섯 살 어린 여자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어렸을 때 겪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다 기억난다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합니다. 솔직히 5세의 기억만 놓고 보면 크게 무언가를 떠올리기 힘든 건
어느 정도 맞지만, 책을 읽어보니 가족의 슬픈 사연과 전쟁의 참혹한 참상이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이 공포스러웠습니다.
굶어죽지 않아서 다행일 만큼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살아남고자 부모를 따라
소리를 죽여가며 도망을 치고 도둑질을 하는 아이들이 불쌍했습니다. 심지어 먹을 것을
얻고자 아이가 학대를 받기도 해요. 너무 화가 났던 것은 '평등함'을 주장하던 마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결국 계급은 존재했고 불평등 속에서 주인공의 가족들이
목숨을 걸고 겪어야 했던 차별과 무차별 폭행이 안타까웠습니다.
아빠는 앙카르가 인종 청소에 혈안이 돼 있다고 말한다. 앙카르는 진정한
크메르인이 아닌 사람은 죄다 증오한다. 민주 캄푸치아에서 악과 부패,
독의 원인인 다른 민족들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진정한 크메르 후손들이
다시 집권할 수 있단다. 나는 인종 청소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른다. 나 자신을
보고하기 위해 종종 구인민들처럼 거무스름해 보이게끔 살갗에 흙과 숯을
발라야 한다는 것만 알뿐이다.
- 새해. 1976년 4월 _138
이러한 상황은 공산주의 혁명단체였던 크메르루주가 프놈펜을 장악하면서 농민 사회를
이룩한다는 명분을 세워 도시인들을 농촌으로 강제 이주시키는데요, 대대적인 인종 학살 정책을
행한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가족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됩니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200만 명이라는 대대적인 학살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킬링필드'입니다.
다비 부모님의 고통에 찬 울음소리가 어둠 속으로 메아리쳤다. 그들은 왜 다비에게
그 짓을 하려는 걸까? 우리 가족들 얼굴도 침울하고 절망적이었다. 쿠이 오빠와
아빠는 두려움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창백해진 케아브 언니의 양 옆에 앉아서,
군인들이 케아브 언니를 데려갔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하고 있었다.
케아브 언니는 열네 살로 다비와 나이가 비슷하다. 언니가 무릎을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이는데 어깨가 눈에 띄게 들썩거렸다.
- 새해. 1976년 4월 _138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은 이해하기 힘든 것뿐이었어요.
따뜻하고 다정하던 부모님을 그리워하던 주인공의 아픈 독백이 기억에 남아요 ㅠ
국가폭력은 무자비합니다. 갑자기 일가족 전체가 사라지는 일 또한 다반사였는데,
누군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해요. 후대의 복수를 끊기 위해서라고.
정말 이 부분을 읽을 때, 소름 돋았습니다 ㅠ
뼈가 드러나는 굶주림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10대 어린 아들이 옥수수를 훔치다가
죽을 만큼 두드려 맞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프다는 말보다는 먹을 것을 가져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장면을 읽을 때는 먹먹함에 눈물이 났습니다.
결국 탈출에 성공한 소녀 '로웅 웅'은 이 책의 저자이자 인권 운동가, 평화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킬링필드'가 뭔지 몰랐어요. 그래서 호기심에 책을 골랐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가족을 그리워하던 소녀의 용기와 간절한 기도의 여운이 남네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용기 있던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