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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마카롱 / 2019년 7월
평점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래서 마지막까지 추리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등장인물의 대화만으로도 웃긴 소설이지만, 살인 사건만큼은
진지함이 가득합니다.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초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살해범이라고 보기엔 다들 순박하고 어리숙하고, 대체 이 마을에 범인이 있기나 한 건지
아리송하답니다. 그런데 시체의 상태로 보면 살인자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거~
<범죄 없는 마을 중천리에 역대급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뭉쳤는데요,
그것은 바로, 의문의 사고를 당한 사체를 몰래 처리하고 위장하는 것입니다.
섬이라던가 외딴곳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폐쇄성 '단합'이라고나 할까요.
외부인에게는 섬뜩한 공포 그 자체지만,
그들에게는 한 동네 이웃이라면 당연히 베풀어야 할 '인정'일 뿐이었습니다.
글쎄? 시체에 손상이 너무 많고 뒤죽박죽이라 어떤 게 먼저 생기고
어떤 게 나중에 생겼는지, 살아 있을 때 생겼는지 죽은 뒤에 생겼는지
구분이 쉽지 않다는데, 쇠스랑 상처에서만큼은 생활반응을 찾아냈다고 하더라고,
그거로 봐서 살아 있을 때 쇠스랑에 찍힌 건 확실한데...
- 증거가 너무 많다 _311

초반에 지도까지 나와서 심상치 않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름까지는 깊게 생각 못했는데,
읽다 보면 코믹 요소의 하나로 작용합니다. 아, 진심 이거 영화로 나올 거 같아요 ㅋㅋ
애지중지 3년 동안 키운 정든 소를 팔아야만 했던 소팔희, 자살바위에서 자살한 남자 추인락,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사병채와 갑자기 사망한 신한국(?)
모두 개성 있는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어느 영화에선가 본 듯한 감초 역할의 '황은조'는 7살인데요, 무조건 반말을 합니다.
똑똑한 건 덤이고요. 그래서 사건 해결에 도움도 되지만 방해가 되기도 해요.
욕쟁이 할머니처럼 윽박지르기도 하고 그것도 모르냐면서 엄포를 놓기도 하는데 웃겨요ㅎㅎ
"얘, 너 참 예쁘구나. 몇 살이니?"
"일곱 살. 니는?"
"나? 호호, 너 참 당돌하구나. 나는 서른셋이야."
"니는?"
황은조가 이번에는 최순석을 작은 검지로 가리키며 물었다. 하지만 최순석은 어린 녀석이
버릇없다는 듯이 한번 쳐다보고 나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외면했다.
"너 몇 살이냐니께? 너 귀머거린 겨?"
- 귀신이 곡할 노릇 _87
갑자기 죽은 신한국의 시체를 두고 사건을 파헤치면서 점점 드러나는 진실에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헐... 하면서 진지하게 보다가 웃다가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다시 막 웃다가ㅋㅋ
형사 역할로 등장하는 근육남 '최순석'과 물을 무서워하는 여기자 '조은비'를 따라서
무서운 살인범을 찾아다녔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시골이라는 곳이 주는 구수함(?)과 어물쩍 넘어가는 시골 인심(?)부터 저절로 공감이 되다 보니
더 재밌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자의 힘들고 아픈 사연도 서서히 밝혀지는데요, 먹먹하기도 했어요.
이 소설은 과감히 강추 눌러봅니다!!


보통 당선작을 고르기 위해 꽤 오래 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다들 별다른 이견 없이, 아니 모두 칭찬을 입에 달고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골랐다.
그때 심사위원 모두 심사가 아니라 재미있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난 독자의 얼굴이 되어 있었다.
설명이 너무 길었다.
사실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이것뿐이다.
어서 빨리 책장을 넘겨 직접 확인하시길. - 2019년 7월8일 서미애 심사평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