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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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단편 모두 탄탄하고 짜임새 있어서 완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과 밀접하게 이어진 작가의 공포관이 충격적이네요.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을 느끼지 못했던 단편집입니다.


공포 문학으로 분류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제가 볼 때는

그냥 공포 문학 그 자체였어요. 주로 심리묘사가 많았고 그로 인한 흡입력이 상당합니다.

읽는 내내 긴장감과 기묘함이 정말 즐거웠어요!


보통 단편집을 읽으면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쓰곤 했는데

이 책만큼은 고르기가 힘드네요. ㅎㅎ그래서 간략하게 모두 소개하겠습니다.



1. 환생 - 길을 가는데 처음 보는 여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자신을 부릅니다. 착각했다는

          말과 함께 사과를 받았지만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하고야 말죠.

          그녀가 아는 언니의 죽은 남편과 너무도 닮았다는 이유로.


역 입구로 막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에게 팔을 붙잡혔다. 흠칫 놀라 뒤돌아보니

20대 후반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가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_13


2. 머무르다 - 학교에서 수치스러운 폭력을 당하고 자살한 학생. 그의 시선이 바라본 곳은.


자살해. 임승욱.

그것은 내 이름이었다. 그제야 나는 떠올렸다.

아, 나는 어제 죽었지. 어젯밤 내 방에서 뛰어내렸구나. _66


3. 이별령 - 결혼을 앞두고 있던 두 사람. 그런데 남자가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합니다.

            성격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이유인데요, 여자는 납득하지 못하고 미련을 갖게 돼요.

            그 후로 그녀 앞에만 보이는 기묘한 현상에 괴로워합니다.


우리가 연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석민은 감정이 고스란히 보이는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눈에 그대로 다 보였고, 나와 만날 때마다 꽃을

한 송이씩 사다 주곤 했던 로맨틱한 사람이었다 _95


4. 기요틴 - 프랑스혁명 때 사용된 단두대의 이름.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남자는

           '죽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형 집행일이 정해졌습니다. _138


5. 사주 - 자신의 아들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자꾸만 뱀술을 권하는 할머니.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란 손녀의 잊지 못할 사건과 기억.


6. 이갈이 - 신혼집의 달콤한 밤이 아닌, 목숨을 요구하는 살벌한 밤.


7. 추모식 - 갑자기 교통사고로 죽은 '유라'는 한눈에 봐도 미인이었습니다.

            제일 친하게 지내던 5명 중, 한 명을 잃은 슬픔을 나누고자 나머지 4명이 모여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대화를 계속하던 중, 취중진담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8. 광기 - 아무리 인공호흡을 해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남편은 싸늘하기만 하고,

           온 집안엔 피가 낭자하기만 합니다.


내가 지금 사람을 죽인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정말 사랑했던,

함께 이 집에 사는 남자를 말이다. _234


9. 병문안 -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나리는 자꾸만 삐뚤어져 갑니다. 사고를 치고

           병원에서 뜻하지 않은 큰 수술을 하는데요, 아무런 삶의 의미도 없던 그녀의

           바로 옆 병상에 같은 또래의 남학생이 입원합니다. 그런데 그의 다리가 없어요.

           아픔이 많았던 두 사람의 결말이, 아니 여학생의 마지막 행동이 충격적입니다.


10. 죽음의 크리에이터 - 자살을 꿈꾸게 만들고, 자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송이 등장하자

          호기심에 기하급수적으로 구독자가 늘어납니다. 급기야 물에 빠져 죽은 사람(시체?)

          까지 등장하고, 결국 마지막은..

   


그래도 이 중에 충격의 베스트 3을 뽑자면, 이갈이와 추모식 그리고 광기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흐름이었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누구나 조금씩은 경험해봤던

이야기라서 더욱 무서웠는지도 모르겠어요. 직접 읽어보시면 제 말에 공감 가실 거예요ᄒ


현실감 있는 공포 소설을 찾는다면 강추합니다! 정말 재밌게 봤어요. ㅎㅎ

호러 작가를 소망하는 이스안 작가의 다음 공포 소설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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