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남자들
박초이 지음 / 문이당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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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라는 여성이 만난 다양한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9개의 각기 다른 단편이 들어있었어요.ㅋ

우리의 얼굴에 가려진 다양한 가면에 대한 이야기 같았어요.

진실과 거짓 그리고 그러한 내면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사람과 숨기려는 사람.

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작가의 말부터 그러한데요,

가가홀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그녀에게 사람들이 말합니다.

힐베르트 호텔은 예약하지 않고 가는 것이 좋다고.

워낙 유명해서 꼭 숙박을 하고 싶었음에도, 정확한 정보도 거의 없고 전화도 받지 않아요.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작가는 새로운 무한대를 발견했다죠!

읽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던 호텔 운영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혹시 아무도 모르는, 아내만 알고 있는 숨겨진 남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아내가 그럴 리 없다. 아내는 늘 내게 거짓 없이 투명하게

실천했으니까. 하지만 아내의 행동이 영 미심쩍다. 이브닝드레스를 만지는 손길이며,

눈빛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표정이다. 그놈은 어떤 놈일까. 그래, 어쩌면 단순히

여행지에서 스쳐지났던 남자일지도 모른다. 남미는 더우니까. 분명 아내는...


.........아내를 추궁해야겠다.


                                      -거짓 없이 투명한 _30


맨 처음 나오는 <거짓 없이 투명한>을 읽다가 소름 끼쳤는데요.

남편은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아내의 뚱한 반응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항상 정리정돈과 제자리를 고수하는 남편 앞에, 아내의 여행 짐이 널브러져 있어요.

그 속에서 평소엔 잘 입지도 않았던 노출 있는 옷을 보고 남편은 고뇌에 빠집니다.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감추고 있는 '누군가'를 외면하면서 말이죠.

좋은 남편의 가면 아래, 살벌한 민낯이 드러납니다.




화형을 기다리는 중이다. 대물왕의 셋째 아들 미해공을 신라로 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미해공을 구하러 내가 왔듯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오기를. 아니, 올지도 모른다.

아니다. 반드시 올 것이다.


아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목도에서 기다리다 _95


네번째 <목도에서 기다리다>는 박제상의 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어찌나 먹먹하던지.. ㅠ

미해공의 탈출을 도운 그는 시간을 벌기 위해 왜국에 남습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이

들통이 난 후 화형을 선고받는데요. 끝까지 당당하게 의기를 지키는 모습의 이면에는 

끔찍한 고문을 감당할 때마다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이 리얼하게 그려집니다.

솔직히 너무 실감 나서 충격 받았어요..



<남주의 남자들> 결혼을 준비하던 한 여성은 친구의 고백을 통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하는데..

<개들의 산책>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겠다는 전단지를 붙인 후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들


<이름만 남은 봄날>, <경계의 원칙>, <강제퇴거명령서 -2039평성>, <율도국 살인 사건>,

<흡충의 우울> 나머지 단편들도 모두 그로테스크함과 내면의 심리가 평범한 일상을 타고

전해지는 전율이 무섭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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