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기담집 - 아름답고 기이하고 슬픈 옛이야기 스무 편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고풍스러운 동양화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표지에 반한 책이에요.

고이즈미 야쿠모라는 작가의 이력이 독특한데, 그리스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갔다가

다시 미국 국적을 얻고 일본인 아내를 맞이하면서 일본으로 귀화를 합니다.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친척에게서도 냉대를 받으며, 애정에 굶주린 야쿠모는

부인을 만나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허무주의까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듯하네요.


이 책은 서양인이 바라본 동양의 사상과 종교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그 시대의 일본 생활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담집이에요.


첫 편 '유령폭포의 전설'부터 오싹했어요. 삼베를 짜는 여인들이 농담 삼아 내기를 하는데,

유령폭포를 혼자 다녀올 담력이 되는 사람에게 삼베 몰아주기 제안을 합니다.

아무도 무서워서 가지 못하는 그곳을 아이 엄마가 도전을 하게 돼요.

분명히 중간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성공하지만!..... 끔찍한 일이 ㅠ


'1부 오래된 이야기'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있고,

'2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에는 일상에 얽힌 이야기가 주로 나와요.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2부에서도 가장 재밌었던 건 '풀종다리'였습니다. ㅎ


작가는 귀뚜라미 소리가 구애의 노래라는 점에서 애틋함을 느낍니다.

겨울이 되도록 스토브를 틀은 방에서는 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풀종다리는 아직 살아있었어요.

하지만 매일 들렸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죠ㅠ

놀란 그는, 전날까지도 힘차게 노래했던 풀종다리가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여다보는데! 잔혹한 감성 파괴..


그리고 '어느 여인의 일기'는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한 여인의 유품에서 발견된 일기에는 순종과 전생의 과업이라는 숙명론이 가득합니다.

29살 나이에 밀려 한번 맞선 본 남자와 급히 결혼을 해요.

힘든 살림이었지만, 남편과의 달달했던 데이트와 행복했던 순간도 나오지만,

가난하던 시절 어렵게 태어난 아이 셋을 잃은 상실의 고통스러움은 먹먹하기만 합니다.

영어로 번역하면서 느꼈던 작가의 감정도 고스란히 살아있어서 흥미로웠어요.


기묘한 느낌의 삽화까지 더해져, 

마치 오래된 골동품을 들여다보는 듯한 일본 고서의 민담집이었습니다.

더운 여름, 깊은 밤에 어울리는 기이한 이야기였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서 존잼이었다능!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