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말 좀 들어줘
앰버 스미스 지음, 이연지 옮김 / 다독임북스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픽션이지만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현실감 있게 세세히 그려낸 소설입니다.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끔찍한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주인공 '이든'이 겪은 그날 밤. 아픔과 슬픔 그리고 믿기지 않는 분노를 느꼈습니다.ㅠ


특히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한 엄마의 행동이 제일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분명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행동, 음성이었을 텐데..

그렇게도 흐트러지고 피 흘리고 아픈 모습이었는데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할 수 있을까.

너무나도 무심하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 건지요.

단지 가족 간에 무관심이 이유였을까요.



성 폭력범은 바로 가장 가까운 오빠의 친구였습니다. 오빠와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그 사람이오.

이든에게 그놈이 말합니다. 너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입 닥치라고.

그리고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든은 도저히 나오지 않는 무언가에 막혀 비밀로 해버립니다.


이후는 자신을 포기해버려요. 망가진 자신을 누군가가 칭찬하는 것도 가식적으로 보이고,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말해도 지금과 똑같이 칭찬하고 좋아할 수 있냐며 속으로 분노하죠.

진심으로 다가오려는 이성 친구도 차갑고 무심하게 선을 그어버립니다. 애인 아니고 친구만 하자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그날 밤. 자신의 몸에 고스란히 남겨진 범인의 손길과 숨결, 흔적 등

이든은 그 무엇으로도 스스로에 대한 분노를 풀어내지 못합니다. 감정 조절이 힘들어요.

우연히 발견한 화장실의 낙서 '이든은 걸레'를 보며 좌절하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러 남자와 쉽게 잠자리를 가질 때의 심정은 자포자기였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그런 마음은 몰라요. 그래서 이상한 아이라는 소문만 무성해집니다.


읽는 내내, 어긋나기만 하는 이든이 불쌍해서... 왜 말을 안 해. 제발 말을 해. 고백해. 신고해.

그만 도망가. 뿌리쳐. 흔들리지 마.....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ㅠㅠ

그녀는 과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비밀을 말할 수 있을까요?

범인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후유증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뉴스로 듣고, 신문으로 보던 성폭행 사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피해자의 모습입니다.

특히나 미성년의 경우 미래까지 흔들리는 범죄라는 경각심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끝까지 읽으며, 이 소설이 왜 모든 십 대들의 권장 도서에 추가되었으면 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위로라는 말로 오히려 상처를 입힐 수도 있기에, 배우는 점이 많았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소녀의 외침을 함께 들어주세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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